김진선 대표 "간호인력 달린다고 해 한달음에 달려갔죠"

입력 2020-04-09 17:47   수정 2020-04-10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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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봉사 계기요? 글쎄요.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뉴스를 보고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았어요. 얼른 가서 도와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창업 1년도 되지 않은 기업체를 놔두고 의료 봉사를 떠난 김진선 드림널스 대표(사진)는 ‘어떤 계기로 봉사에 나섰느냐’는 질문에 “환자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한창 쏟아지던 지난달 11일 회사 경영을 제쳐두고 전북 김제로 향하는 고속철도(KTX)에 올랐다. 김제엔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를 분산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가 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지난 1일까지 3주간 186명의 확진자를 돌봤다.

김 대표는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전직’ 간호사다. 간호 경력 대부분을 암병동에서 지내며 수많은 죽음을 지켜봤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 대한 경험이 많은 그는 “KTX 타고 내려갈 때 솔직히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열차 안에서 수없이 되뇌었다”고 했다.

그런 두려움도 잠시. 그는 “오히려 일을 하기 시작하니까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태가 악화돼 상급병원으로 긴급 이송한 환자도 있었고,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발작하는 환자도 있었다”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만 고민하다 보니 3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가 지난해 8월 드림널스라는 간호 관련 출판·교육 기업을 창업한 것도 간호 업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병원 현장에선 너무나 많은 신규 간호사가 퇴직을 결심하는데, 조금만 더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면 높은 퇴직률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간호사 교육 교재를 출판하고 온라인 강의 영상을 찍어 내보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간호사 이직률은 15.6%로, 병원 내 다른 직군(6.7%)의 2.3배에 달했다.

김 대표는 “사업하면서 실제 환자를 돌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일이 사실상 간호사로서의 마지막 업무라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피로를 느끼는 시민에게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뜻하지 않게 노인이나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진도 지쳐가지만 여전히 전력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만큼 시민들은 ‘나도 잠재적 확진자’라는 생각을 조금만 더 가지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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