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1년도 되지 않은 기업체를 놔두고 의료 봉사를 떠난 김진선 드림널스 대표(사진)는 ‘어떤 계기로 봉사에 나섰느냐’는 질문에 “환자 돌보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한창 쏟아지던 지난달 11일 회사 경영을 제쳐두고 전북 김제로 향하는 고속철도(KTX)에 올랐다. 김제엔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를 분산 수용하는 생활치료센터가 있다. 김 대표는 이곳에서 지난 1일까지 3주간 186명의 확진자를 돌봤다.
김 대표는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고려대 구로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전직’ 간호사다. 간호 경력 대부분을 암병동에서 지내며 수많은 죽음을 지켜봤다고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에 대한 경험이 많은 그는 “KTX 타고 내려갈 때 솔직히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열차 안에서 수없이 되뇌었다”고 했다.
그런 두려움도 잠시. 그는 “오히려 일을 하기 시작하니까 두려움이 사라지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상태가 악화돼 상급병원으로 긴급 이송한 환자도 있었고, 우울증이나 불안감에 발작하는 환자도 있었다”며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만 고민하다 보니 3주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대표가 지난해 8월 드림널스라는 간호 관련 출판·교육 기업을 창업한 것도 간호 업무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병원 현장에선 너무나 많은 신규 간호사가 퇴직을 결심하는데, 조금만 더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면 높은 퇴직률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간호사 교육 교재를 출판하고 온라인 강의 영상을 찍어 내보냈더니 반응이 뜨거웠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간호사 이직률은 15.6%로, 병원 내 다른 직군(6.7%)의 2.3배에 달했다.
김 대표는 “사업하면서 실제 환자를 돌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며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일이 사실상 간호사로서의 마지막 업무라고 생각하며 더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피로를 느끼는 시민에게 “‘나는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뜻하지 않게 노인이나 임산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료진도 지쳐가지만 여전히 전력을 다해 환자를 돌보는 만큼 시민들은 ‘나도 잠재적 확진자’라는 생각을 조금만 더 가지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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