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로 살얼음판 같은 시장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는 금융위원장으로선 당연한 언급일 것이다. 하지만 정유사마저 기업어음(CP) 시장에서 1조원 넘는 자금을 수혈하는 등 자금난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회사채 매입을 시작했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들의 처지는 더 다급하다.
금융경색을 일으킬 요인은 국내에만 있지 않다. 달러가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통화가치가 폭락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신흥국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남아공의 국가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자부적격인 ‘Ba1’으로 전격 낮췄다.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도 디폴트(C) 직전 단계인 ‘Ca’로 하향조정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도 뒤늦게 코로나19가 확산세여서 이 지역 신흥국들이 받을 경제충격이 디폴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국가 신용등급(AA-)이 최상위 수준이고,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600억달러) 등을 감안할 때 남미·아프리카 신흥국 위기가 급속도로 전이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전부터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은 신용등급 하방 요인이고, 높은 수출비중과 금융시장 개방성으로 외부충격에 민감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취약점이다. 신흥국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발(發) 복합위기는 국내와 해외, 실물과 금융을 가리지 않고 충격을 미치고 있어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킬지 가늠하기 어렵다. 말로만 “위기설은 근거 없다”고 할 게 아니라 해외발 위험도 주시하며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위기 국면에선 어떤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