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월 위기설 근거 없다"지만 신흥국 디폴트 위험 심상치 않다

입력 2020-04-07 18:20   수정 2020-04-08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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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 번지고 있는 ‘4월 위기설’에 대해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어제 기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위기설이) 사실에 근거한 주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코로나 쇼크’로 살얼음판 같은 시장을 안정시킬 책임이 있는 금융위원장으로선 당연한 언급일 것이다. 하지만 정유사마저 기업어음(CP) 시장에서 1조원 넘는 자금을 수혈하는 등 자금난을 호소하는 게 현실이다.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회사채 매입을 시작했지만 대상에서 제외된 기업들의 처지는 더 다급하다.

금융경색을 일으킬 요인은 국내에만 있지 않다. 달러가 대규모로 빠져나가고, 통화가치가 폭락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진 신흥국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신호가 아닐 수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남아공의 국가 신용등급을 ‘Baa3’에서 투자부적격인 ‘Ba1’으로 전격 낮췄다.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도 디폴트(C) 직전 단계인 ‘Ca’로 하향조정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도 뒤늦게 코로나19가 확산세여서 이 지역 신흥국들이 받을 경제충격이 디폴트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우리나라는 국가 신용등급(AA-)이 최상위 수준이고, 40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과 미국과의 통화스와프(600억달러) 등을 감안할 때 남미·아프리카 신흥국 위기가 급속도로 전이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전부터 재정이 악화하고 있는 점은 신용등급 하방 요인이고, 높은 수출비중과 금융시장 개방성으로 외부충격에 민감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취약점이다. 신흥국 위기를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이유다.

코로나발(發) 복합위기는 국내와 해외, 실물과 금융을 가리지 않고 충격을 미치고 있어 어떤 ‘돌연변이’를 일으킬지 가늠하기 어렵다. 말로만 “위기설은 근거 없다”고 할 게 아니라 해외발 위험도 주시하며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필요가 있다. 위기 국면에선 어떤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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