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15 총선을 앞두고 ‘묻지마’ 식으로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각 정당 후보들이 내건 공약 이행에 드는 총 비용이 수천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 없이 표심만 노린 공약이 난무하면서 역대 최악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선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집계된 공약만 ‘4대강 예산 200배’ 규모
7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의 지역구 후보 440여 명으로부터 공약 소요 예산을 받은 결과 총 소요액이 약 4500조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4대강 사업 예산(약 22조원)의 200배가 넘는 규모다. 전체 지역구 후보가 1110여 명인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후보들의 공약 소요 예산까지 포함할 경우 경(京) 단위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은 긴급재난지원금(코로나지원금)이나 기본소득 등 복지 공약이 유독 많아 공약 소요 예산이 사상 최대인 것으로 추산됐다”고 말했다.
각 정당이나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수십조원 단위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지원금은 주요 정당들이 전 국민에 대해 4인 가구 기준으로 1인당 25만~100만원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최소 13조원에서 최대 50조원이 소요되는 규모다. 김부겸 의원 등 민주당 대구 지역 총선 후보자들은 지난달 3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기업 7조원 지원 등을 포함한 ‘20조 TK(대구·경북) 뉴딜’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같은달 24일 홍준표 대구 수성을 무소속 후보가 ‘대구 코로나 뉴딜 20조원’을 제시한 데 대한 맞불이었다.
일부 후보는 재난과 상관없는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고 있다. 허대만 민주당 경북 포항남·울릉 후보는 구체적인 지급 액수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국가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지난달 31일 올해부터 모든 국민에게 조건 없이 매달 6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총선 공약을 내놨다가 논란이 일자 삭제하기도 했다. 매달 약 30조원, 1년에 약 360조원의 예산이 드는 공약이었다.
수십조원 규모 SOC 공약도 쏟아져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공약도 어김없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총선 공약집에 담긴 도로·철도 공약의 총 소요 예산만 민주당은 30조원, 통합당은 7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민주당은 영천~양구 고속도로(5조1000억원), 전주~대구 고속도로(4조8000억원), 서산~울진 중부권 동서횡단철도(4조8000억원) 등을 약속했다. 통합당은 경부선 대구 도심구간 전면 지하화(8조700억원), 삼척~제천 고속도로(4조7102억원), 오송~청주공항~영덕 동서횡단철도(4조5000억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상당수 사업은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을 막기 위해 선거공약 사전검증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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