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키트 수출에 해외 고객관리…가스공사, 일석이조 성공시킨 사연

입력 2020-04-08 10:27   수정 2020-04-08 14:23


지난달 24일 한국가스공사에는 국제전화 한통이 왔다. 전화 상대방은 사드 셰리다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겸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QP) 회장.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을 급히 찾았다.

"한국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를 구매하고 싶은데 방법을 알려달라"는 요청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이 기착하는 카타르는 중동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일찍 코로나가 퍼져 운동시설은 물론 식당까지 문을 닫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고 있다.

카타르 국영 석유회사 QP는 천연가스를 해외에서 수입하는 가스공사로서는 중요한 고객. 채희봉 사장은 이같은 요청을 모른척할 수 없었다. 국내 마스크 품귀 때 삼성이 나서 마스크 소재를 수입해 왔던 것처럼, QP도 카타르를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코로나19 진단키트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한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워낙 인기를 끌다보니 카타르에 보낼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채희봉 사장과 가스공사 직원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바이오협회 등을 수소문하며 수출 가능한 업체를 알아봤다.

결국 가스공사는 진단키트 제조업체 바이오니아를 섭외해 QP와 수출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바이오니아는 QP에 코로나19 분자진단장비 18대와 분자진단키트, 핵산추출시약 등 50억원어치의 제품을 수출하기로 했다.

알카비 QP회장은 "이번 계약 주선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가 보여준 노력에 감사한다"며 "어려울 때 손을 뻗어준 채 사장을 진정한 친구로 생각한다"고 말하했다. 가스공사는 이번 계약 주선을 통해 국산 진단키트 수출과 해외 고객 관계 증진을 동시에 이뤘다.

채희봉 사장은 "그간 가스공사와 QP가 맺어온 오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카타르의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이겨내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뿌듯하다"며 "이번 계약 성사과정에서 한국 바이오업체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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