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중소형은 '뚝뚝'…대형은 신고가 행진, 왜?

입력 2020-04-09 07:22   수정 2020-04-09 07:34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 매매가가 2억~3억원씩 떨어지고 있는 반면, 대형은 오히려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대형 아파트는 거래가 드문 편이지만 최근 들어 거래가 재개되면서 수개월 내지 수년 만에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심지어 같은 단지 내에서 중소형 면적은 급락하는데, 대형은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의 대장주로 꼽히는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4㎡는 최근 26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면적대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34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억2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의 대형인 전용 155㎡는 지난달 52억5000만원에 팔리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 아크로리버파크, 중소형 내렸는데 대형은 올라

서초구에서는 서초동 ‘서초더샵’ 대형인 전용 148㎡가 17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으며 역대 가장 비싼 가격에 팔렸다. 이 단지 맞은편 '현대슈퍼빌' 전용 148㎡도 18억원에 손바뀜하며 신고가를 찍었다. 직전 거래대비 각각 7000만원과 1억5000만원 뛰었다.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 2차 전용 114㎡(공급면적 79평)은 지난 2월 16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10월에 기록한 15억원의 신고가를 경신했다. 도곡쌍용예가 전용 112㎡ 역시 5개월 만인 지난 1월말 거래가 재개되면서 신고가로 19억4500만원을 찍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도 대형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압구정동에서는 신현대(182㎡)가 10개월만에 45억원의 신고가를 썼다. 압구정 한양아파트(153㎡)는 34억원으로 6개월 만에, 한양8단지(210㎡)는 48억원으로 8개월만에 거래가가 최고로 치솟았다.

강남 대형 아파트들이 최근 신고가로 거래가 이뤄지는 이유는 '갈아타기 좋아서'라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쉽게 말해 반포의 새 아파트를 팔면 도곡동에 두 배 면적의 대형 아파트로 갈아탈 수 있다. 강남의 인프라는 고스란히 누릴 수 있고 연식이 된 아파트더라도 보안이나 시설 등은 최신 아파트 못지 않다.

최근 몇년간 강남 일대에 재건축을 통해 지은 아파트들 중 대형 면적은 드물었다. 거래는 뜸했고 시세도 그만큼 오르지 않았다. 강남 시세를 주도한 건 '중소형 새 아파트' 였다. 이 아파트들은 3.3㎡당 1억원 안팎으로 거래되기도 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3.3㎡당 거래가가 9000만원을 넘지만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4500만원 정도다.

◆ "대형 아파트 유지비, 중소형 새 아파트 세금이나 마찬가지"

서초동의 K중개업소 대표는 "과거에는 대형 아파트는 관리비나 유지비가 많이 든다고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제는 새 아파트를 유지하는 세금이 더 들게 됐다"며 "집을 여러채 갖고 있기 부담스러운 집주인들이 집을 처분하고 대형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형에는 수요자들이 속속 찾는 반면, 중소형 아파트는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최소 2억원에서 많게는 7억원씩 기존 가격 대비 하락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갭투자'를 한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크게 늘어난 탓이라고 보고 있다. 갭투자로 강남 중소형을 매입했던 투자자들이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과 양도세 중과 등으로 부담을 느껴 황급히 처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구 반포동 소재 '반포힐스테이트' 아파트 전용 84㎡ 매물은 지난달 중순 22억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10월 26억3000만원까지 올랐지만 4억원 가량 밀렸다. 입주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은 아파트지만 값이 크게 내렸다.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역삼래미안' 전용 59㎡도 지난달 15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직전 신고가인 작년 12월 17억5000만원 거래가 대비 2억원 가량 내린 가격이다.

반포동 인근 A중개업소 관계자는 "6월 말까지 양도세 중과를 피하고자 하는 다주택자들이 급하게 매도를 원한다는 연락이 온다"며 최근 26억8000만원에 팔린 아크로리버파크 급매물도 전세를 낀 물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이 전세와 최대치로 대출을 끼고 산 갭투자를 한 매물들"이라며 "전세 계약기간이 남아 매도시에도 전세를 끼고 팔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중개업소에서도 "대출이자에 몇천만원씩 하는 보유세를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내놓은 물건들이 있다"며 "보유세로 현금 유동성에 제동이 걸렸는데 대출이자 급전까지 필요해지면서 수억원 씩 급매로 내놓는 셈"이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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