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코로나 팬데믹…'디지털 달러' 늦출 수 없다

입력 2020-04-16 15:19   수정 2020-04-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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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돈은 손때가 많이 묻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지폐나 동전을 대할 때 과거보다 더 주의를 갖게끔 했다. 지폐와 동전, 수표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폐가 질병을 쉽게 퍼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지난 2월 말 중국 정부는 ‘말 그대로’ 지폐를 세탁하기 시작했다. 미 의회가 최근 3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왜 미국인들을 위한 디지털 달러화 개발을 고려했는지 우린 이해할 수 있다. 전 국가적인 디지털 결제 시스템 구축은 최종 입법에 이르지 못했지만 다음엔 꼭 그렇게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원격으로 거래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문제는 각종 칩카드, 페이팔, 벤모 등 디지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사용자가 은행 계좌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미 전체 가구의 25%가량은 은행에 예금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은행 계좌가 필요한 결제 플랫폼은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미국에서 실업수당을 신청한 많은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문제를 겪을 것이다. 은행 계좌가 없는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오염됐을 수 있는 수표를 우편으로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붐비는 수표 수령처에서 감염 위험에 노출되면서 긴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 불투명한 수수료 때문에 혜택의 일부를 잃을 수도 있다.

미 재무부는 다양한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개별 미국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많은 사람에게 서둘러 보조금을 전달해야 하지만 은행 계좌를 갖지 않은 사람에게도 쉽게 돈을 전달할 방법을 생각하기는 어렵다. 미 의회는 모든 사람이 단일 국가 플랫폼으로 연결된 디지털 지갑의 필요성을 느낄 것이다.

디지털 화폐를 이해하는 열쇠는 ‘화폐’와 ‘결제’의 관계다. 돈은 무언가를 지불하는 수단이다. 물리적인 결제 시스템에서 돈은 동전이나 종이의 형태다. 디지털 시스템은 단순히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키보드를 치는 것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돈을 전달할 수 있게 해준다.

미 의회는 모든 시민과 기업 등이 무료로 접속해 쓸 수 있는 전자 결제 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은행 계좌를 가질 필요가 없다. 사용자들의 디지털 지갑이 그들의 계좌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미 재무부는 손쉽게 일정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나눠줄 수 있다.

많은 국가는 지난 몇 년간 자국 화폐의 디지털 버전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디지털 화폐 개발에 꽤 앞서 있다. 인민은행은 달러 중심의 국제 금융 질서를 재편하기 위해 2014년 디지털 화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디지털 화폐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에서는 디지털 화폐 ‘e-크로나’ 테스트가 지난 2월부터 본격 가동됐다. 캐나다 싱가포르 등도 디지털 화폐 시범사업을 펼치고 있다. 각국의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큰 계기가 됐다. 현금 사용이 줄고 온라인 결제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화폐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 결제 시스템을 합리화하고 보편화하는 방법엔 몇 가지가 있다. 한 가지 쉬운 방법은 미 재무부와 연계된 디지털 계좌 네트워크를 직접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을 포함해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재무부를 통해 디지털 계좌를 개설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재무부와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된다. 계좌를 개설하고 사용하기까지 5분이면 된다. 국가는 계정 간에 원활한 연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후 달러가 네트워크를 통해 흐르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화폐와 지불 시스템은 필수적 공익사업이다. 니켈 동전이나 달러 지폐를 사용하는 데 수수료를 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돈이 디지털화되면 사람들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는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아울러 누구에게도 시스템 이용료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다는 관점에서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국가적인 디지털 결제 플랫폼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미 의회는 그것을 다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원제=Digital Dollars for All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THE WALL STREET JOURNAL·한경 독점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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