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결국 사퇴…美 대선 '트럼프 vs 바이든' 맞대결

입력 2020-04-09 17:25   수정 2020-10-16 15:57

진보 성향의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대권 도전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중도 성향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사실상 민주당 대권 주자로 확정돼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게 됐다. 뉴욕증시에선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가 되고 대선에서 승리해 부유세 도입 등 급진적 공약을 실행에 옮길지 모르는 ‘샌더스 리스크’가 사라졌다는 평가 속에 다우지수가 3% 넘게 급등했다.


샌더스는 이날 버몬트주 자택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대의원 확보 수가 바이든보다 300명 뒤지는 상황에서 승리로 가는 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선 하차를 선언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절체절명의 시기에 국민 보호에 필요한 일과 신뢰할 리더십을 제공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악화된 위기를 보면서 양심상 이길 수 없는 선거운동을 계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저지에 힘을 합치겠다고 했다.

샌더스는 지난 2월 아이오와주 경선에서 박빙의 차이로 2위를 한 데 이어 뉴햄프셔주와 네바다주 경선에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샌더스 대세론’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14개 주 경선이 열린 3월 3일 ‘슈퍼 화요일’과 6개 주 경선이 치러진 3월 10일 ‘미니 화요일’에 바이든에게 완패하면서 힘이 빠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시장, 에이미 클로버샤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다른 경선 주자가 후보 사퇴와 함께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면서 힘의 균형이 바이든으로 쏠렸다. 게다가 진보 성향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후보 사퇴를 하고도 샌더스 지지를 선언하지 않으면서 추격 동력마저 상실했다.

샌더스는 국가 주도의 전 국민 건강보험 의무화, 부유세 도입, 학자금 탕감, 전면 무상교육 등 사회주의에 가까운 급진적 공약을 내걸었다. 이 덕분에 78세의 나이에도 청년층과 진보층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반면 중장년층과 중도층에선 샌더스를 불안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이날 뉴욕증시도 샌더스의 하차를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장 초반 소폭 상승에 그쳤던 다우지수는 샌더스의 후보 사퇴 소식이 전해지자 상승폭을 키웠다. 투자회사 레이먼드제임스의 에드 밀스 워싱턴정책 분석가는 미 CNBC에 “샌더스의 사퇴로 (샌더스의 급진 공약이 실현될) 꼬리 위험(tail risk)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꼬리 위험’은 확률이 낮지만 실현되면 파괴력이 큰 위험이다.

바이든은 중도 성향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겐 가장 까다로운 상대로 꼽힌다. 오랜 국정 경험도 강점이다. 하지만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다. 특히 샌더스 지지층 흡수가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2016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접전 끝에 샌더스를 눌렀지만 샌더스 지지층 흡수에 실패했고 결국 트럼프에게 백악관을 내줬다.

바이든은 이날 성명에서 샌더스를 ‘보다 공평하고 공정한 미국을 위한 영향력 있는 목소리’라고 부르며 샌더스 지지층을 향해 “우리에겐 당신들이 필요하다”고 단합을 호소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을 통해 샌더스 지지자들에게 “공화당으로 오라”며 적전분열을 시도했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에서 핵심 승부처는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6개 경합 주다. 코로나19 사태가 대선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 퀴니피액대가 지난 2∼6일 유권자 2077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오차범위 ±2.2%포인트)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49%의 지지를 얻어 41%의 트럼프 대통령을 8%포인트 차로 앞섰다고 더힐이 8일 보도했다. 샌더스의 하차 이전에 시행된 여론조사인 만큼 ‘바이든 돌풍’이 더욱 거세질지 주목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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