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겟티드》는 ‘21세기 금광’이라 여겨지는 데이터산업의 이면을 조명한다. 저자인 브리태니 카이저는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의 사업개발 이사로 일했다. 이곳에서 직접 SNS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정치 공작과 여론 조작에 활용되는 것을 목격한 저자는 데이터산업의 비윤리적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빅데이터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고 빠르게 수집되고 있다. SNS에 들어가면 마치 이용자의 뇌를 해킹한 듯 이용자의 관심사를 정확히 반영한 광고가 뜬다. 신용카드 사용내역, 웹 검색, 위치 정보 등 이용자가 남긴 디지털 발자국 때문이다. 기업은 사람들의 이 발자국부터 SNS에서 무심코 누른 ‘좋아요’ 버튼의 게시물까지 모든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비즈니스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정확히 ‘타깃’을 설정하고 개인의 성향에 맞춘 광고를 하는 식이다.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는 이런 개인과 기업, 나아가 정치인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대중이 보고 듣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맞춤형 정보를 주입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타깃이 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수천 가지의 다양한 메시지를 페이스북, 스냅챗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접한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에도 트럼프 후보에 대한 4000개의 서로 다른 온라인 광고가 수백만 명의 미국인에게 전해졌다. 사용자가 ‘트럼프’ ‘이라크’ ‘전쟁’을 검색하면 첫 번째 검색결과에 ‘거짓말쟁이 힐러리 이라크 전쟁에 찬성 투표’라는 배너가 떴다. 광고의 효과는 놀라웠다. 총 조회 수는 15억 건에 달했다. 저자에 따르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가 이 같은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국가는 케냐, 인도를 비롯해 68개국에 이른다.
그렇다면 소중한 우리의 데이터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우선 디지털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데이터가 어떻게 수집되고, 어디로 가며, 어떻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 인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디큐연구소 등은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을 게시하고 사람들을 돕고 있다. 평소 SNS에서 비방 광고 및 가짜뉴스 등에 현혹돼 버튼을 누르는 일을 가급적 자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아가 기업 또는 정치인들이 데이터를 잘못 수집하고 오용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입법 활동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참여하는 것도 좋다.
저자는 말한다. “여러분은 자신의 데이터를 온전히 소유할 수 있고, 이를 활용할 수도 있다. 전 세계가 데이터 보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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