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 한 달여가 지나자 주택시장도 충격을 받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4월 첫째주(6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4% 하락했다. 전주(-0.02%)보다 낙폭이 커졌다. 강남3구가 하락을 주도했다. 강남(-0.24%), 서초(-0.24%), 송파(-0.18%) 등이다.
2008년 9월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 달 뒤인 10월부터 서울 아파트 가격이 강남3구를 중심으로 떨어진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의 임병철 수석연구원은 “경기침체 장기화 우려에 따른 매수세 위축으로 상대적으로 집값이 크게 오른 지역은 가격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에도 강남3구가 먼저 하락한 뒤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을 비롯한 수도권 외곽지역이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여부가 주택시장 침체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달 안에 상황이 진정되면 주택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덜할 것”이라며 “하지만 여름까지 지속된다면 국내외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기업의 경영 악화는 투자 위축,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을 포함한 거시경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최악의 경우 실물경제가 무너지면서 회복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선 보수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0년대 중반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으로 불렸던 지역 중 일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가격이 꺾인 뒤 지금까지 회복하지 못한 곳도 있다”며 “풍선효과와 유동성의 힘으로 상승한 지역에 섣불리 투자하면 10년 넘게 손발이 묶일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함 랩장은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 투자는 물론 실수요자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며 “주택을 살 때 대출 비중을 최소화해야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와 지금의 상황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뒤 ‘V자’ 곡선으로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국 및 여러 국가가 지난 20년간 두 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위기관리 능력을 키웠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춘욱 EAR리서치 대표는 “국가 체력도 강해졌기 때문에 지나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제로금리에 기대어 투자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선을 그었다. 홍 대표는 “시장에 충격이 왔을 때 대출자금 상환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언제든 있다”며 “전세를 끼고 사는 갭투자, 대출 부담이 과도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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