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방은 평소 상장기업 주식 투자는 멀리해 왔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진 지분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2~3월 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한진 주식을 사 모으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 19일까지 총 59만5173주(4.97%)를 사들인 이후 이달 들어 김담 회장 등과 함께 지분을 6.44%로 늘렸다.
경방이 갑자기 한진 주식을 대거 장내 매수한 배경에는 조선내화가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조선내화는 한진, 경방 주주면서 KCGI(강성부펀드)의 주요 출자자이기도 하다.
조선내화는 지난해 말 기준 한진 주식을 58만1000주(4.85%) 들고 있다.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도 개인적으로 2016년 6월부터 한진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하지만 한진 주가가 2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는 등 부진했다. 이때 KCGI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조선내화는 수백억원을 출자한 KCGI 펀드에 한진 주식 상당수를 주당 5만원대에 팔았다. 2018년 말의 일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진 주가가 다시 2만원대로 급락하자 경방이 등장했다. KCGI는 지난달 말 시간외 블록딜 매매로 한진 지분 5.01%를 팔았는데 그 전후로 경방이 한진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조선내화는 경방 주식도 갖고 있다. 2016년부터 주식을 매입해 경방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김준 경방 회장과 미국 브라운대 동문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경방은 주가 부양과 투자 수익을 얻고 조선내화는 한진에 대한 출구 전략을 다시 한번 쓰기 위해 둘이서 손잡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가 한진칼 계열사인 한진에서 또 다른 분쟁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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