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09일(15: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광물자원공사의 자체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 자체 신용등급은 경영난에 처했을 때 정부가 지원할 가능성을 뺀 기업의 순수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해 매겨진 등급이다.
S&P는 9일 광물자원공사의 자체 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하향조정했다. 이 회사의 공식 신용등급은 이전과 같은 ‘A’로 유지했다. 국내 공기업 대부분이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반영해 정부와 똑같은 ‘AA’등급으로 평가받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S&P는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세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로 광물자원공사가 투자한 해외 자원 생산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긴 것을 등급을 내린 이유로 제시했다. 구리와 니켈 가격이 지난해 평균가격보다 15~20% 떨어진 가운데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암바토비 광산이 지난달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박다예 S&P 연구원은 “전 세계에 걸쳐 경기 침체가 진행 중임을 고려하면 광물자원공사가 추진 중인 자산 매각도 1년 안에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손실로 인해 앞으로 1~2년 간 영업현금흐름이 적자인 상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S&P는 정부가 광물자원공사를 소생시키기 위해 진행 중인 광해관리공단과의 통합도 성사되기 쉽지 않다고 봤다. 기획재정부가 2018년 3월 두 공기업의 통합계획을 발표했지만 아직 국회에선 이와 관련한 법조차 통과되지 못했다. 광물자원광사가 1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광해관리공단과 합치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S&P는 정부의 정책이나 지원 우선순위 변화 등으로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면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리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다. 광물자원공사의 자체 신용등급이 지금보다 한 단계 아래인 ‘ccc+’로 강등되면 공식 신용등급을 지금보다 네 단계 밑인 ‘BBB-’로 떨어뜨릴 방침이다. 10개 투자적격등급 가장 낮은 등급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광물자원공사의 신용위험 확대가 자금 조달여건 악화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오는 29일 3억5000만달러(약 4200억원) 규모 해외 채권이 만기를 맞는 것에 대비해 3억호주달러(약 2200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준비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자 지난 2월 자금 조달일정을 연기했다. 지금은 달러화채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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