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제일 많이하는 직원이 누구냐고요? 알(R) 파트장을 따라갈 사람이 있을까요.”
지난 2월부터 LG생활건강에서 업무를 시작한 알 파트장은 부서 내 누구보다 바쁜 직원이다. 데이터 입력과 조회는 물론 실적 보고서와 같은 엑셀 작업도 그가 처리한다. 동료 직원들이 요청한 자료를 찾아내 메일로 보내주는 것 역시 알파트장의 업무로 꼽힌다.
알 파트장은 사람이 아닌 로봇이다. 사람이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을 학습한 후 그대로 처리한다. 실체가 없는 소프트웨어지만 정식으로 인사 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LG생활건강 사내 전산망에서 인명 검색을 누르면 알 파트장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LG생활건강에서 활약 중인 알 파트장은 모두 8대다. 영업, 회계, 마케팅 등을 담당하는 부서에 나눠 배치돼 있다. 알 파트장이 수행하는 업무는 249개이며 업무 성공률은 95%에 이른다.
LG그룹은 알 파트장과 같은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9일 기준으로 전자와 화학, 유플러스, CNS 등 12개 계열사가 단순업무를 대신해 주는 RPA를 도입했다. 직원들의 부담을 줄여줘야 창의적인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는 게 LG 계열사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디지털 전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RPA를 앞다퉈 도입하는 것도 디지털 전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알 파트장을 비롯한 LG그룹의 RPA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매년 수행하는 업무가 늘고 있다.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도 RPA가 쓰이고 있다. LG CNS가 지난 2월 말부터 시작한 코로나19 일일 자가진단이 대표적인 사례다. RPA가 매일 아침 9시 전 임직원에게 자가진단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URL 문자를 발송하는 게 첫 단계다. 임직원들이 확진 지역 방문 여부, 자신이 겪고 있는 증상 등을 입력하면 이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담당부서에 알린다.
시장에서는 RPA를 도입하는 기업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무 효율화, 인건비 절감 등 기대 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RPA 시장은 13억달러(약 1조5800억원) 안팎에 달한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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