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글로벌 대기업들이 휘청이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 1분기 순이익이 반토막 났다.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은 설비투자를 3분의 1가량 줄이기로 했다. 에어버스는 감산에 들어갔다. 업종별 최강 기업이지만 매출 급감으로 현금흐름이 나빠지면서 신규 투자를 삭감하는 한편 감산, 감원 등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스타벅스, 지난달 4조원 차입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는 8일(현지시간) 1분기 주당 순이익 추정치가 28센트라고 발표했다. 작년 1분기(53센트)보다 47% 줄어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비교하기 쉽도록 주당 순이익을 경영 현황 지표로 내놓는 사례가 많다.
작년 1분기 스타벅스의 실적은 매출 63억590만달러, 순이익 6억6320만달러로 이익률은 10.5%에 달했다. 스타벅스는 코로나19에 따른 실적 악화가 향후 6개월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고 올해 연간 실적 전망(매출 6~8% 성장)도 거둬들였다.
스타벅스는 미국 1만8000여 개, 중국 4000여 개 등 전 세계에 총 3만1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에선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인 4억달러로 떨어졌고, 미국에선 주요 지역에 자택대피령이 떨어지기 시작한 3월 12일부터 동일 점포 매출이 60~70% 급감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스타벅스는 최근 한 달간 17억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포함해 35억달러(약 4조2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 미국 시장 매출이 13.4% 감소한 것을 비롯해 글로벌 판매가 작년 3월보다 22.2% 줄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올해 위기에 대응해 1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맥도날드도 1분기에 65억달러를 조달했다.
생산 중단, 일시해고 잇달아
업종을 가리지 않는 감원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8일까지 미국 유통업종에서 20만 곳의 매장이 영업을 중단했고 100만 명 이상이 일시해고됐다. 일시해고는 경영이 정상화되면 일터로 복귀할 수 있고 해고 기간에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미국에선 기업 경영위기 때 자주 활용된다. 백화점 메이시스가 13만 명, 의류업체 갭이 8만 명을 일시해고했다.
일본 완성차업체들도 북미에서 3만2000명을 일시해고했다. 도요타 5000명, 혼다 1만6900명, 닛산 1만 명 등이다. 미국 자동차 공장은 대부분 5월 초 재가동될 예정이다.
호텔업체 메리어트는 미국 본사 직원 17만여 명 가운데 3분의 2를 일시해고하기로 했다. 미국호텔숙박협회는 호텔업 종사자의 44%(400만 명)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생산·투자 줄이는 기업들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는 생산량을 기존의 66%로 줄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항공기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에어버스에는 항공기 제작 주문을 미루거나 취소하겠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수주한 항공기 물량은 21대로 평소의 3분의 1로 감소했다. 에어버스는 주력 항공기인 A320의 생산을 월 60대에서 40대로 줄일 계획이다. 경쟁 모델인 미국 보잉의 737맥스가 결함 문제로 생산이 중단되면서 최근 들어 주문이 쇄도했던 기종이다.
경쟁사 보잉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미국 내 상업용 비행기 생산공장이 모두 셧다운(일시 가동 중단)됐다. 경영난에 부딪힌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 항공사들은 정부에 보조금(고용유지) 및 융자 지원을 신청했다.
석유업계는 세계적인 ‘수요절벽’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석유기업 엑슨모빌은 올해 설비투자를 100억달러 줄이기로 했다. 당초 투자 계획(330억달러)의 30%에 달하는 규모다.
강현우/박상용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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