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ETN 큰 손실 위험"…최고 등급 경보

입력 2020-04-09 17:43   수정 2020-04-10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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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연일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레버리지 원유 상장지수증권(ETN)에 대해 최고 수준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투자자가 몰려들면서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두 배 수준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9일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레버리지 ETN에 대해 “투자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의 소비자 경보를 긴급 발령했다.

ETN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게 특정 테마의 주식 또는 상품을 묶어서 만든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레버리지 원유 ETN은 차입 효과(레버리지)를 활용해 유가가 오를 경우 상승폭의 두 배를 벌도록 설계됐다.

지난 2월 유가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들은 레버리지 원유 ETN을 대거 매수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 간 감산 합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국제 유가가 단기간 급락하자 다시 상승할 것이란 기대에 순매수 주문이 쏟아진 것이다.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등 4개사 레버리지 원유 ETN 개인 순매수 금액은 1월만 해도 278억원에 불과했지만 2월 702억원에 이어 지난달엔 38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자 ETN의 주가(시장가격)가 순자산가치(지표가치)를 따라가지 못해 시장가격과 지표가치 간 괴리율이 커졌다. 시가총액이 3500억원을 넘는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은 지난 8일 종가 기준 지표가치가 주당 1632원인데 시장가격은 3190원으로 괴리율이 95.4%에 달했다.

원래 ETN 유동성공급자(LP)를 맡은 증권사들은 매수 수요가 많으면 매도 물량을 쌓고, 매도 수요가 많으면 매수 물량을 쌓는 식으로 괴리율이 최대 6%를 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 하지만 투자자 매수 물량이 너무 빠르게 증가하자 LP의 보유 물량이 모두 소진돼 시장가격 왜곡이 발생한 것이다. 증권사들은 구조적으로 ETN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ETF와 달리 ETN은 금융당국에 일괄신고서를 제출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괴리율이 두 배 가까이 치솟으면서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다. 증권사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정상적으로 회복되면서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13일부터 괴리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진 ETN의 매매체결 방법을 접속매매에서 단일가매매(일정시간 호가를 접수해 하나의 가격으로 집중 체결하는 방식)로 바꾸기로 했다. 또 괴리율 확대로 하루 매매거래정지가 된 뒤에도 정상화되지 않으면 필요할 때까지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원유선물 ETF에서도 투자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이날 삼성자산운용은 “10일 ‘KODEX WTI 원유선물 ETF’의 장내 유동성 공급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ETF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는 미국 선물시장 전산장이 이날 휴장해 실시간 가격 조정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LP의 실시간 가격 조정이 없을 경우 ETF 가격은 수급으로만 결정돼 실제 가치 대비 괴리율이 커질 수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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