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숫자를 보게 될 줄이야…김포공항 국제선 이용 9만→0명

입력 2020-04-09 17:41   수정 2020-04-10 00:47


지난주 김포국제공항을 이용한 국제선 이용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포공항이 국제노선을 운영하기 시작한 1969년 10월 2일 이후 승객이 없어서 1주일간 국제선 비행기를 못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주(3월 29일~4월 4일) 김포공항에서 환승객을 포함해 국제선을 이용한 승객은 0명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에는 8만9189명에 달했다. 1년 만에 한 주 9만 명가량의 승객이 김포공항에서 사라진 셈이다.

2001년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으로 국제선을 모두 옮겼던 시기를 빼고 국제선을 띄우지 못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1997년 외환위기 때도 없었던 일”이라며 “항공산업이 ‘셧다운’ 상태라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김포공항뿐만 아니라 제주 청주 대구 무안 양양 등 대부분의 지방 공항에서도 지난주 국제선 이용객이 한 명도 없었다. 부산 김해공항이 그나마 유일하게 328명이 이용했다. 이마저도 1년 전보다 99.8% 감소한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허브공항으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도 심각하다. 3월 마지막주 국제선 이용객은 5만4618명에 그쳤다. 1년 전(132만1383명)과 비교하면 96%의 승객이 사라졌다. 3월 한 달간 인천공항 이용객은 지난해 1009만 명에서 174만 명으로 급감했다. 김포공항 국제선 이용객도 같은 기간 38만 명에서 1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항공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산업 전체가 붕괴 직전 상황에 몰렸다며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다. 국내 1위 대한항공은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가며 1만9000여 명 전 직원이 순환 휴직에 돌입했다. 2위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가 무산되면 한두 달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일은 국적사인 루프트한자에 무제한 금융지원을 결정할 정도로 항공업을 살리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연관 산업의 줄도산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항공기 멈추자…기내→리무진→여행사 부도·실직 '연쇄 충격'
공항 국제선 95% 급감…무너지는 항공업 생태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내 항공산업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항공사뿐 아니라 연관 산업들도 연쇄 도산 위기에 놓여 있다.

9일 기준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374대 비행기 중 324대가 멈춰서 있다. 사람들이 공항에 가지 않으니 공항버스, 기내식업체, 여행사 등이 연쇄 충격으로 직원을 해고하기에 이르렀다. 정부가 지원에 손을 놓은 사이 국내 항공 생태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5월 초 항공표 환불되면 버틸 곳 없어”

현재 운항 중인 9개 항공사가 고용하고 있는 인원은 3만9360명 정도다. 이 중 3분의 1이 휴직 상태다. 항공사들은 비행기가 뜨지 않으니 매출이 없고 월급을 줄 돈이 없으니 무급 또는 유급 휴직을 강제하고 있다. 경영난이 가장 심각한 이스타항공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그래도 남는 인원은 해고한다는 방침까지 세웠다.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은 월 6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최근 김포~제주 등 일부 국내 노선을 늘리면서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좋아져서라기보다 운영비를 대기 위한 것이라는 게 LCC들의 설명이다. 한 LCC 관계자는 “김포~제주의 경우 비행기가 한 번 뜨면 1000만원을 벌어야 손익분기점이 되는데, 요즘엔 3000원짜리 표가 넘쳐난다”며 “100명을 태워도 30만원이란 얘긴데, 손실을 보더라도 현금을 구하기 위해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일본의 연휴가 있는 다음달 초를 두려워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에 예매한 항공권을 아직 취소·환불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 이들 예매가 한꺼번에 취소될 수 있어서다. 다른 LCC 관계자는 “손실을 감내하고 버티고 있는데, 다음달 환불 사태가 이어지면 현금 흐름이 막혀 LCC 중 몇 곳은 손들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84만 개 항공산업 일자리도 위험

항공사들이 이렇게 버티고 있는 사이 기내식, 리무진, 청소, 여행사 등 연관 산업들은 연이어 쓰러져 가고 있다. 대한항공에 기내식을 대는 한 협력회사는 최근 직원 1800명 중 1000명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냈다.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이케이(EK)맨파워는 단기계약직 52명을 정리해고한 데 이어 정규직 300명을 추가 해고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인 아시아나KO는 무기한 무급휴직을 한다고 공지했다. 공항 리무진 업체들도 버스 운행을 70% 줄이고 인원을 줄였다. 비행기가 뜨지 않자 벌어지는 일들이다.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없어지고, 한국 관광객마저 해외로 나가지 못하게 되자 정부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한 관광업체도 2000여 곳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 항공산업 일자리는 83만8000개에 달한다. 항공사와 공항 등 직접고용 형태의 일자리가 15만8000개고, 항공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고용하는 간접고용 일자리는 21만5000개다. 나머지는 관광 등의 일자리다. 항공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연간 476억달러(약 58조원)에 달한다.

“정부 지원 절실”

항공 셧다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지난달 30일부터 하계 스케줄이 시작됐는데, 입국 제한 때문에 이달 24일까지 국제선 운항이 전혀 없다”며 “25일 이후에도 재개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업계는 정부가 항공산업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들도 유·무급 휴직, 자발적 급여 반납 등 고통을 분담하며 뼈를 깎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으나 이로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가 항공산업의 잘못이 아닌 만큼 산업 기반이 붕괴되지 않도록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다른 국가 정부들은 항공업을 미래 산업으로 보고 수십조원을 넣는 등 막대한 지원을 하는데 현재 정부 지원은 너무 초라하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난 8일 발언을 계기로 현실적인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항공업계는 기대하는 눈치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업종은 ‘모빌리티’(이동수단)로 비행기(항공) 쪽은 80% 이상, 관광과 숙박 쪽 피해도 크다”며 “이 부분은 국가적 차원에서 흑자도산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취한다는 원칙을 갖고, 해당 부처와 협의를 통해 적절한 조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김재후/이선아/최만수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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