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1년 이상 지난 갤럭시S10 5G가 최근 판매량을 끌어올리며 '역주행' 중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한파를 겪는 가운데 최신 폰은 아니지만 출고가 인하, 판매장려금 지급으로 사실상 '공짜폰'이 된 갤럭시S10 5G의 가성비가 주목받으면서다.
10일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4월 출시 직후 흥행 이후 감소하던 갤럭시S10 시리즈의 5G(5세대 이동통신) 모델 판매량이 올해 2월 말 무렵부터 늘기 시작했다.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가 줄어드는 판매 흐름과는 확연히 다르다.
갤럭시S10 5G는 출시 당시 세계 최초로 5G를 지원하는 단말기로 주목받으며 초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이후 또다른 플래그십 모델인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애플 아이폰11 시리즈가 출시되면서 판매량이 감소했다. 대다수 스마트폰이 출시 이후 밟는 일반적 수순이다.
하지만 올 2월 말부터 유통업계에서 반등 흐름이 감지됐다. 같은달 중순 삼성전자가 5G 전용 최신 플래그십 갤럭시S20 시리즈를 공개하고, 코로나19로 유통업계가 침체되자 이통사가 5G 고객 유치를 위해 구형 모델 '재고떨이'에 나선 것이다.
높은 장려금이 실리면서 당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갤럭시S10 5G를 '공짜폰'으로 파는 업체 위치를 알려달라는 게시글이 잇따랐다. 지난달 초 이른바 '빵집'(최신 스마트폰을 '빵(0)원' 등 저렴하게 판매하는 매장을 일컫는 업계 은어)을 찾았다는 소비자 A씨(28)는 "아이폰11 프로나 갤럭시S20를 알아보러 갔는데 생각지도 않은 갤럭시S10 5G를 번호이동 기준 공짜폰이라 소개받았다"고 말했다.
이통3사가 5G 고객 유치를 위해 출고가 인하와 함께 이른바 '신유통'이라 불리는 특수 채널에 며칠간 높은 판매 장려금을 유치하는 등 불법 보조금을 풀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그러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우수한 갤럭시S10 5G 판매량이 늘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갤럭시S20 출시와 맞물려 지난달 중순 이통 3사는 갤럭시S10 5G 256GB 출고가를 지난해에 이어 추가 인하했다. 출시 당시 139만7000원이었던 갤럭시S10 5G 256GB은 99만8800원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공시지원금까지 대폭 늘었다. 8만원대 5G 요금제 기준 SK텔레콤은 갤럭시S10 5G 지원금을 15만원에서 40만원으로 상향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지원금을 각각 최대 45만원, 43만원까지 올린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갤럭시S10 5G 공짜폰 사태 이후 당국 단속이 심해졌다. 3월 초처럼 싸게 팔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면서도 "일부 유통망은 소비자 요구에 맞춰 '지연 개통' 등의 방식을 써서 판매지원금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맞추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갤럭시S10 5G의 역주행은 최근 출시되는 최신형 스마트폰이 지나치게 비싸기 때문이란 시각도 있다. 애플 아이폰11프로 맥스 512GB 모델은 199만원, 삼성전자 갤럭시S20 울트라 256GB 모델은 159만원에 달한다.
실제로 한국은행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휴대폰 단말기 지수는 지난 2년간 두 달을 제외하고 100 이상을 유지했다. 그만큼 꾸준히 단말기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종전엔 고가 프리미엄 폰이 잘 팔리는 편이었지만 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시킨 코로나19 변수가 더해졌다. 최신형은 아니지만 플래그십인 만큼 좋은 스펙을 갖춘 '가성비 폰' 갤럭시S10 5G를 소비자가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짚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S20 시리즈보다 많이 팔린 건 아니지만 갤럭시S10 5G도 일반적 플래그십 판매량 흐름과 달리 지난달 판매량이 늘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단 갤럭시S10 5G는 세계 최초 5G 단말기인 만큼 판매량 추이를 비교할 만한 명확한 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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