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자산 매각을 통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서울 마곡동 업무용지 내 토지 및 건물을 8158억원에 처분한 이마트가 대표 사례다. 이마트는 마곡 업무용지에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를 열 예정이었지만 재무건전성 강화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 매각을 결정했다. 이마트는 “일부 면적을 임차해 창고형 할인점을 여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소속 산업자재 업체 LG하우시스는 ‘자산 효율화’ 목적으로 2월 11일 울산 사택을 630억원에 팔았고, 코오롱머티리얼은 경북 김천 공장에 있는 기계설비를 씨지주택에 넘기고 130억원을 확보했다.
경기 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매각 계약이 엎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2월 서울 논현동 성암빌딩을 1600억원에 팔기로 했지만 인수자인 한양건설이 지난달 2일 돌연 매입 철회 의사를 밝혔다. 세원셀론텍도 지난달 31일 에코스텔라에너지에 전북 군산에 있는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을 270억원에 매각할 예정이었지만 매수자가 잔금을 납입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금 10억원은 회사에 귀속된다”며 “새로운 매수인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의 자산 매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회사채 발행액은 5조1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7조3000억원 줄었다. 한 경제단체 고위관계자는 “한계 기업들이 현금을 구할 수 있는 길은 자산 매각밖에 없다”며 “경기침체가 길어질수록 건물 등을 처분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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