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두산그룹, 신용등급 강등 위기 피하려면 1.5조 차입금 줄여야"

입력 2020-04-10 15:31   수정 2020-04-10 15:33

≪이 기사는 04월10일(10:1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이 신용등급 강등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최소 1조5000억원 이상의 차입금 감축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신용평가사로부터다. 두산그룹의 자구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신용도 측면에선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10일 두산그룹의 신용도를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이같이 밝혔다. 한신평은 이미 지난달 두산중공업(BBB)과 두산건설(BB-)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건설기계에 힘입어 양호한 실적을 냈다. 두산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8조5000억원, 1조3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2%, 3.8% 증가했다. 하지만 과중한 재무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두산그룹의 중심에 있는 두산중공업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두산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55억원으로 전년(2058억원) 대비 24.4% 급감했다. 올해 역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둔화된 글로벌 경기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적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두산그룹은 수년간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두산건설은 사업 매각과 인력 조정을 거듭하고, 두산중공업은 임원 감축, 관계사 전출 등을 통해 비용 구조 개선 방안을 실행했다. 지난해에도 대규모 유상증자와 자산 매각이 이뤄졌다. 올 들어서도 두산이 두산메카텍 지분을 두산중공업에 현물출자하고,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비상장사로도 전환했다.

이와 함께 국책은행의 지원으로 당장의 유동성 위험이 완화됐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여전하다는 게 한신평의 판단이다. 두산그룹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건설의 중층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한신평은 "두산그룹의 중심에 위치한 두산중공업이 실질적인 지원 주체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계열사들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커 각 계열사의 신용도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두산중공업의 신용 위험 확대가 각 계열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다.

한신평은 주요 계열사별 사업·재무현황, 그룹의 자구계획, 유동성 대응 과정을 살펴 각 계열사의 신용등급에 반영할 방침이다. 정익수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유동성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며 "강도 높은 자구책이나 의미 있는 실적 반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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