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저금리에도 못 웃는 둔촌주공…금감원 찾아간 사연은

입력 2020-04-10 13:33   수정 2020-04-10 13:35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비사업조합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수년 전 한참 높은 수준의 금리로 이주비 등을 조달했기 때문이다. 사업이 막판 지연돼 수백억대의 이자비용을 허공에 뿌리고 있는 조합들은 속이 더욱 쓰리다. 급기야 금융당국에 이주비 금리 인하를 요청하는 조합도 등장했다.

◆바람 잘 날 없는 둔촌주공

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둔촌동 둔촌주공재건축조합은 최근 금융감독원에 이주비 대출 가산금리 인하를 요청했다. 조합은 2017년 이주를 진행하면서 평균 4%대의 금리로 이주비를 조달했다. 일부는 6개월마다 변동금리가 적용되지만 2.28%의 가산금리는 고정값이다. 최찬성 둔촌주공 조합장은 “은행들에 경기 상황을 반영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협의가 원만하지 않아 금감원에 민원을 냈다”며 “각 은행에 협조공문을 보내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주비란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이 살 집을 얻을 수 있도록 조합이 금융권에서 융통하는 대출을 말한다. 은행은 조합원들의 토지와 시공사의 보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다. 조합원 숫자가 6100명을 넘는 둔촌주공은 이렇게 조달한 비용이 2조원이다. 여기에 사업비 대출까지 더하면 2조7000억원이다. 한 달에 내야 하는 이자만 1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조합이 금융당국에 직접 대출금리 인하를 요청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중금리가 갈수록 낮아지자 조합원들이 상대적인 손해를 느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도시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의 헤프닝에 가깝다”며 “사업성이 좋은 강남권 재건축의 경우 요즘은 2% 중반대의 금리로 이주비대출을 실행한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가산금리가 주변 단지보다 1%포인트 이상 높다”며 “대출 규모가 큰 데다 여러 건설사가 함께 짓는 컨소시엄 형태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3년 전 시중은행 6곳에서 이주비를 끌어왔다. 당시 정부가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며 집단대출을 축소해 은행 한 곳당 가능한 대출금액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둔촌주공 조합 관계자는 “아직도 갚아야 이주비가 1조4000억원가량”이라며 “과거엔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 조단위 자금은 끌어와 조합원들의 박수를 받았지만 이젠 고금리에 대한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주기간만 7년…분담금 폭탄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춰줄 의무는 없다. 조합과 이미 약정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합이 계란으로 바위치기식 협상에 나서려는 건 앞으로 사업비 손실이 더 커질 우려가 있어서다.

이주비대출에 대한 이자는 우선 조합이 부담하지만 재건축이 끝나면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으로 돌아온다. 사업이 막판 정체돼 이주를 나간 기간이 길어질 경우 분담금도 그만큼 늘어나는 구조다. 둔촌주공 조합원들의 이주 기간은 곧 3년을 채운다. 중도에 석면 논란으로 철거공사가 1년 넘게 멈췄던 영향이다. 그러나 당장 새 아파트를 착공하더라도 3년6개월이 더 걸린다. 1만2000가구를 짓는 대공사인 탓이다. 사실상 7년가량의 대출이자가 분담금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일반분양 수입도 감소할 위기다. 분양가 산정을 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조합은 관리처분계획대로 3.3㎡당 평균 355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HUG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최찬성 조합장은 “지난달 신청한 분양보증에 대해 HUG는 아직까지 어떠한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태”라며 “원하는 분양가가 책정되지 않는다면 후분양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둔촌주공의 후분양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고 있다. 일반분양 수입으로 충당해야 할 공사비를 외부에서 다시 조달해야 하는 데다 이에 대한 이자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되면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어서다. 실물경제가 위축되고 있어 후분양 시점의 주택경기가 좋으리란 보장도 없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을 할 경우 가격 통제를 피하기 위해 통상 HUG가 아닌 건설사 연대보증을 선택한다”며 “시공에 참여한 4곳의 건설사가 불확실한 후분양을 위해 수조원대의 우발채무를 안고 연대보증을 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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