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지난 1일 핀테크 자회사 쿠팡페이(가칭)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쿠팡에서만 쓸 수 있는 간편결제 플랫폼을 일반 상점으로 확대하고 송금, 대출, 카드, 제휴계좌 등 다른 금융 영역에도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이례적인 핀테크 분사
간편결제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기반 간편결제의 하루평균 이용 건수와 금액은 지난해보다 각각 56.6%, 44.0% 늘었다. 쿠팡은 계속해서 금융 영역 확대에 문을 두드려왔다. 미리 충전해두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선불충전금 사업이 대표적이다.
유통업계의 결제 플랫폼 사업 진출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별도의 핀테크 자회사 설립까지 나아간 건 이례적이다. 유통업계는 자체 간편결제로 계속해서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노린다. 어떤 유통회사의 것이든 간편결제를 일단 한 번 깔게 되면 어지간히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한 다른 회사로 옮기지 않고 해당 시스템으로 결제할 수 있는 곳만 찾게 된다는 게 록인 효과다.
롯데는 자회사 롯데멤버스가 멤버십 포인트 ‘엘포인트’와 간편결제 ‘엘페이’를 같이 운영한다. 신세계는 오는 6월 ‘SSG페이’ 운영사를 정보기술(IT) 계열사인 신세계아이앤씨에서 온라인쇼핑 계열사인 SSG닷컴으로 교체한다. 롯데와 신세계는 멤버십 가입자 수가 각각 4000만 명과 2000만 명에 달하다 보니 ‘페이’를 충성 고객을 가둬두기 위한 플랫폼으로서 활용하는 경향이 크다.
IT업계의 ‘테크핀’ 전략 따르나
쿠팡의 핀테크 전격 분사는 유통업계가 아닌 IT업계의 전략을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 카카오, NHN 등의 ‘IT 공룡’들은 각각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NHN페이코로 핀테크 사업을 분사했다. 간편결제를 넘어 송금·카드·보험·대출까지 금융 서비스 영역을 넓혀나갔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증권사까지 설립했다.
쿠팡페이가 핀테크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 유통업체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범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쿠팡은 핀테크 분사를 선언하며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등 선발 간편결제와의 경쟁에서 힘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다른 유통사와 파격적인 제휴를 한다면 간편결제 시장의 ‘메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국민 포털’과 ‘국민 메신저’라는 강점을 활용해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유통업계와 경쟁관계가 아니어서 결제 가맹점 확보도 비교적 수월했다. 카카오페이와 네이버페이는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상업자표시카드(PLCC)를 출시했다. 페이코는 바코드 결제가 안 되는 곳에선 마그네틱전송방식(MST)을 사용하는 삼성페이와 연동해 결제단말기(POS)에서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마이데이터’ 사업 대비하나
쿠팡페이 분사가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당사자 동의를 얻어 여러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금융정보를 제3자가 한데 모아 관리·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8월부터 본격적인 생태계가 열린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별로 맞춤형 상품을 제안하는 ‘1 대 1 마케팅’을 선보이기 유리해진다.
마이데이터 시대의 핵심은 ‘최대한 많고 다양한 데이터의 확보’다. 이 중 ‘유통업계 페이’는 마이데이터산업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카드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결제 정보에 더해 구매 품목 정보 등 소비 데이터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어서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