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쏘아올린 '180석' 프레임에 막판 긴장하는 민주당

입력 2020-04-12 14:15   수정 2020-04-12 14:3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12일 유세에서 "누가 국민의 뜻을 안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나"고 발언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10일 유튜브 방송에서 "비례 의석을 합쳐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때로는 밖에 있는 분(유 이사장)이 더 심하게 선거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곤 한다. 그런 일은 조심하는 게 훨씬 낫다"고 했다. 이어 "난 이제까지 수없이 같은 질문(의석 수 예측)을 받았지만 한번에 숫자를 언급하거나 방향을 말한 적이 없다"고 에둘러 유 이사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선거 전 압승 분위기가 강조될 경우 '샤이보수'를 결집시킬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현재 전체 유권자의 20% 정도가 지지정당이 없는 '무당층'으로 여겨진다. 막판 무당층의 표심이 움직이면서 마지막 여론조사 발표 이후 선거 결과가 뒤집어진 사례가 없지 않다. 이 위원장은 "국민 앞에 심판받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임하고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 당원 동지와 지지자 여러분께 이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했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느닷없이 180석 논란이 생겼다. 우리 쪽과 가깝다고 알려진 논객이 (공격의) 빌미를 줘 버렸다"고 했다. 윤건영 민주당 서울 구로을 후보도 "현장에서 민심을 보고 듣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말들이 조금 위험하게 보인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유 이사장이 언급한 180석은 개헌선인 3분의 2(200석)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국회선진화법을 넘어 쟁점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범진보 진영이 180석을 확보할 경우 집권 후반기 주요 정책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다. '180석'이란 기준이 선거 막판에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통합당은 유 이사장의 '180석 발언'을 기회로 낚아챘다. 견제론을 내세워 '샤이보수'를 투표장에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지금까지 180석 운운한 정당 중에 성공한 정당이 없다"고 했다. 황교안 총괄선대위원장은 "180석 얻겠다, 뭐가 되겠다(고 하는데) 이런 무도한 정권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키워드로 잡은 모양새다. '언더독 효과'도 노리고 있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은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면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 하고 싶은대로 하는 문재인 독재가 시작된다"고 했다. 박형준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서 "그 예측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섬찍했다. 만에 하나 이런 일이 현실로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예상하고 말이다"라고 썼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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