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시가 이의신청 3년새 100배…세금이 약탈로 비쳐선 안 된다

입력 2020-04-12 18:51   수정 2020-04-13 00:11

지난 주말 마감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 의견청취 기간(3월 19일~4월 8일) 동안 이의신청이 폭주했다. 온라인 접수만 집계했는데도 벌써 3만5000여 건으로, 2007년(5만6355건) 이후 13년 만의 최대다. 우편·팩스 접수 결과가 보태지면 이의신청 건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늘 것이다.

한 해 수백 건이던 이의 제기는 현 정부 들어 수만 건으로 늘어, 문자 그대로 폭증세다. 작년(2만8735건)과 올해 이의신청 건수는 2017년(336건)에 비해 각각 86배와 104배다. ‘공시가 현실화율 제고’라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이쯤 되면 ‘세수 확대용’이자 ‘부자에게 벌금 부과’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개별 사례를 보면 ‘일단 때릴 테니 억울하면 알아서 바꾸라’는 식의 막가파식 행정도 부지기수다. 바로 옆 아파트단지보다 실거래 가격이 1억원 낮은데 공시가격은 더 높게 나왔다면 이를 납득할 주민이 어디 있겠나. ‘공시가 상승률 40%’ ‘보유세 증가율 50%’가 웬말이냐며 집단 반발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공시가는 급등한 반면 올 들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시세가 급락해 일부 단지는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와 비슷해지는 비정상적 상황에 처했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에 신중해야 한다’는 세무행정의 기본을 망각하고, 특정 시기의 시세 급등을 이용해 덥석 세금을 물린 과잉행정 탓이다. 그런데도 국토교통부는 “세금은 작년 재산을 기준으로 부과한 것”이라며 이의 제기를 외면하고 있다. “이건 세금 아닌 벌금” “죄인 취급하는 세금폭탄에 못 살겠다”는 하소연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는 헌법에 의해 국민 재산권 보호와 경제활력 제고 의무를 부여받는다. 상식을 벗어난 징세는 이 같은 헌법상 의무에 대한 배반이다. ‘1주택자 중산층’에게까지 징벌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행태는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정책 기조에도 어긋난다. 공시가는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1개 사회복지의 기초 자료인 만큼 무엇보다도 공정성이 중요하다. 정부가 ‘조폭집단처럼 고리 뜯느냐’는 말을 들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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