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생 인터뷰
‘경영전문대학원(MBA)이 과연 실제 업무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자칫 시간과 비용만 쓰게되는 건 아닐까.’
MBA 진학을 두고 많은 사람이 이 같은 고민을 한다. 한 기업의 대표로서, 직장인으로서의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고 싶지만 투자해야 할 비용과 시간을 생각하면 망설여지는 것이 당연하다. 더이상 MBA 졸업장만으로 커리어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MBA 과정을 택한 이들은 “실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이만한 게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지만 뚜렷한 목표를 세우면 체계적인 조직관리는 물론 사업 확장까지 ‘술술’ 풀렸다는 게 ‘MBA 선배’들의 설명이다. MBA의 어떤 부분이 직장인 그리고 기업 대표에게 도움을 줬는지 한국경제신문이 MBA를 마친 6명의 선배 이야기를 서면 인터뷰로 들어봤다.
▶MBA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신창섭 버박코리아 대표=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다. 다양한 제약회사를 거쳐서 실무능력은 인정받았지만 고위 관리직으로 한 단계 성장하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조직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능력은 또 다른 얘기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MBA라는 ‘배움터’가 필요해 찾게 됐다.
▷김태현 아이티로그인 대표=보안·네트워크 전문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2001년에 창업해 벌써 19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현장의 감각으로 수많은 어려움과 난관을 헤쳐 왔지만 체계적으로 위기를 타파할 이론적인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항상 느껴왔다. 전문 경영인의 덕목을 갖추려면 MBA가 답이라는 생각을 해 진학을 결정했다.
▷박도근 다른 대표=‘두끼떡볶이’라는 떡볶이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포화하는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시장 개척이 필요했는데 관련한 지식은 적었다. 그때 한양대 글로벌MBA 코스가 눈에 들어왔다. 거기다 미리 해외에 진출한 선배 기업인들의 생생한 경험담도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다.
▷오해진 LG전자 책임연구원=입사 후 연구개발(R&D) 직군에서 10년가량, 개발 프로젝트 리더로 또 수년을 보냈다. 이제는 제품기능의 관리자급인 프로그램 매니저로 업무를 변화하려니 그동안 해보지 못한 영역에서 함께 경험을 나눌 인적 네트워크가 절실했다. MBA는 재무·경영 등 다양한 직군의 선·후배, 동기 학생들을 만나는 기회의 장이 됐다.
▷윤수련 이베이코리아 매니저=현재 성균관대 SKK GSB MBA 과정에 재학하고 있다. 특이하게도 취직했을 때부터 MBA를 계획했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업무의 프로페셔널이 되려면 자기의 직무를 통달하면 된다. 하지만 한 회사의 CEO가 되려면 이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느꼈다. 회사 전반을 아우르는 재무, 마케팅, 전략을 배우기 위해서는 MBA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심재우 전 프렉스에어코리아 대리=한국에서 ‘인맥’하면 고려대 교우회를 빼놓을 수 없다. 고려대의 글로벌MBA에 진학하면 소속감과 자부심, 서로를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끈끈한 네트워크를 체험하는 것은 물론 세계 각계각층의 우수한 인재들을 만날 기회라고 생각했다. 고려대 글로벌MBA의 강력한 교우 네트워크는 경영자를 준비하는 제게 매력적인 곳이었다.
▶MBA에서 배운 내용들이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됐나.
▷오해진 책임연구원=물론이다.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과목이 많았다. 예를 들어 기업 간 거래(B2B) 사업 영역에서 사업을 수주할 때 견적 대비 투자금을 산출하려면 다양한 이론이 필요한데 MBA에서 배운 수업이 이러한 전략적인 접근법을 제시해줬다. B2B 사업은 소비자(B2C) 사업에 비해 사업가들이 노하우를 공개하길 꺼리기 때문에 자신만의 경영방법을 체득해야 한다. MBA에서 배운 재무, 회계, 마케팅, 공급망 관리, 사업전략 등의 지식이 이런 노하우를 체득하는 원천이 됐다.
▷박도근 대표=글로벌MBA 과정은 해외 진출사업의 스승이었다. 맥도날드, 스타벅스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이 어떻게 해외로 진출했는지 연구 사례를 보면서 해외 시장 개척에 참고할 수 있었다. MBA를 듣기 전 우리 회사가 개척한 해외 국가는 4개였지만 지금은 대만, 중국,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8개 나라까지 확장할 수 있었다. 대학원 진학과 함께 매출도 10배 이상 뛴 셈이다.
▷김태현 대표=19년 동안 꾸준히 사업을 해서 자신에 대해 리더십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MBA에서 리더십 관련 과목을 수강한 후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제 입장이 아니라 회사 직원들이 바라는 리더십이 무엇이고, 회사가 일반적으로 바라는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리더십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진 만큼 실질적으로 회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
▷신창섭 대표=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회사 조직 관리에 위기가 왔을 때 MBA에서 배운 ‘위기관리’와 ‘비즈니스 운영’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지 MBA를 통해 배우지 않았더라면 지금처럼 대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2014년 2월 MBA 코스를 마치고 그해 8월 현재 회사의 대표이사로 올 수 있었던 것도 MBA 덕이라고 생각한다.
▶MBA코스를 밟으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신창섭 대표=업무 특성상 해외 출장이 잦아 수업 결석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수업 진도에서 뒤처져 이를 따라가야 하는 게 상당히 부담이 됐다. 다행히 동기들의 도움과 교수님들의 학습지도 덕분에 무사히 과정을 마칠 수 있었다. 뒤처진 동기·학생을 도와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심재우 전 대리=개인 수행능력 평가 비중이 높은 학부 수업들과 달리 MBA 수업은 그룹 위주의 과제 및 활동이 유난히 많은 편이다. 글로벌MBA처럼 연령, 문화, 언어, 소속 배경이 각기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소극적인 자세로는 자칫 조직 내에서 ‘무임승차자’가 될 수 있다. 동료들과 함께하는 이타적인 마음가짐과 계획관리가 필요하다.
▷오해진 책임연구원=1년6개월이라는 긴 이수과정을 이겨 낼 굳은 심지가 필요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동시에 주말에 정해진 수업 시간을 이수하는 것은 체력적, 정신적으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굳은 의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동기들이 있어 견딜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윤수련 매니저=직장인에겐 체력관리가 어려운 문제다. 회사에 출근해서 종일 자신의 업무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다시 학교로 발걸음을 돌려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은 정말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그럴수록 MBA를 듣는 학우들의 긍정적 에너지와 열정으로 ‘재충전’이 필요하다.
▶MBA 진학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조언이 있다면.
▷김태현 대표=진학에 부담을 느끼더라도 직접 행동하며 고민해보길 바란다. 저 또한 MBA 진학을 고민하다가 중앙대 경영전문대학원에 연락하고, 수차례 방문과 미팅 속에서 MBA에 관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입학을 결정할 수 있었다. 단순히 머릿속에서 고민만 하지 말고 명확한 목표를 세운 뒤 그 목표에 적절한 학교를 찾아가서 상담받아 본 뒤 선택하길 바란다.
▷신창섭 대표=지식이 가장 중요한 4차 산업시대에 MBA는 ‘미래 투자’다. 제 두 딸은 물론 지인 8명에게도 건국대 MBA를 추천해 모두 동문이 됐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면 MBA의 문을 두드리시길 바란다.
▷오해진 책임연구원=MBA 과정 초기에 특강에서 들은 문구가 아직도 생각난다. “MBA는 경영자로서 기본적인 지식과 역량을 갖춘 척도로 쓰여 중년을 넘긴 우리 세대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다.” 이 과정을 왜 시작했는지, 이를 통해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게 무엇인지를 항상 염두에 둔다면 뛰어난 성과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심재우 전 대리=우선 자신에게 MBA가 필요한 이유와 MBA를 통해 기대하는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지식을 체득하는 학부 수업과 다르게 MBA는 다양한 배경 및 경험을 지닌 동기들과 상호적 교류를 하는 배움터다. 단순 학위나 인맥을 목적으로 MBA를 진학하기보다 단단한 각오를 하고 들어오길 바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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