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정유업체 SK에너지의 신용등급이 하락 위기에 놓였다. 국제유가·정제마진 급락으로 영업실적이 크게 꺾여서다. 대규모 자금 조달을 앞두고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투자 기관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기업평가는 13일 SK에너지의 신용등급 전망을 종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바꿨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SK에너지는 최상위인 AAA의 바로 아래인 AA+ 신용등급을 갖고 있다.
SK에너지는 2011년 옛 SK에너지의 석유 부문이 물적 분할돼 설립됐다. SK이노베이션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SK에너지가 올해 큰 폭의 매출·영업이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올 1분기뿐만이 아니라 올해 연간으로도 대규모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로 하락세를 띠고 있다. 지난달 이후로는 주요 산유국의 증산 경쟁까지 맞물려 급락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글로벌 수요가 더 줄면서 당분간 과거에 비해 매우 낮은 가격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한국기업평가의 논리다.
실제 코로나19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가 위축돼 마진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월별 정제마진이 배럴당 1달러 밑으로 떨어진 뒤 지난달 중순부터는 마이너스 정제마진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영업이익률(연결 기준)은 2016년 6.1%에서 지난해 1.2%로 주저앉은 상태다. 그런 데다 2017~2018년 배당금 지급은 1조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연결 기준 조정순차입금은 2016년 말 725억원에서 지난해 말 약 2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말이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유가 급락과 정제마진 약세에 감압잔사유 탈황설비 잔여 투자까지 예정돼 있어 올해까지 재무구조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며 "이후 투자와 배당 부담 축소, 정제마진 회복 등으로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지만 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SK에너지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유업체의 신용도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정제마진 위축으로 이익창출능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급락 부담까지 가중돼 정유업체의 실적 저하 추세가 심화될 것"이라며 "일부 업체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자금 지출까지 겹쳐 신용등급 변동에 대한 우려가 과거에 비해 커졌다"고 밝혔다. 한편 SK에너지는 이달 말을 목표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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