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직업 생태계도 흔들고 있다. 접촉으로 인한 감염을 크게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계산원, 택시·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방문 교사 등 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직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언택트(비대면) 경제’ 확산에 따라 유통현장에서의 직업이 빠르게 소멸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9일 성인 남녀 3280명을 대상으로 ‘언택트 소비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1.1%가 최근 언택트 소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증가한 요인 중 ‘직원과의 접촉이 부담스럽다’는 점이 32.9%를 차지했다. 패스트푸드 가게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무인 계산기는 대형마트뿐만 아니라 소형 음식점에까지 도입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직종 내에서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리멤버 커뮤니티’ 조사에선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이 일어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이 서비스직(25%)에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무인매장 시대를 앞당겼다고 분석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는 오프라인 유통의 종말을 의미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retail apocalypse·소매업 대재앙)’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계산원이 없는 ‘아마존고’와 같은 형태가 더욱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자리를 잃을 사람들에 대한 직업 교육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정보기술(IT) 직군 등의 몸값은 크게 뛸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클라우드 관련 인력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클라우드는 필요한 만큼 서버를 빌려 쓰고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 언택트 문화로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클라우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강의 사이트 ‘e학습터’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맡고 있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이 최근 관련 서버를 200배 늘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고용 한파 속에서도 클라우드·빅데이터 관련 수시 채용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염병,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이러스 전문가와 같은 의료 및 생명과학 관련 인력의 몸값도 높아질 전망이다. 의료업계의 언택트를 이끄는 인력 수요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시적이지만 원격의료가 허용되면서 이에 대한 세간의 거부감이 많이 해소되고 있는 덕분이다. 관건은 규제다.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국가진로교육연구본부 본부장은 “의료법 개정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된다면 원격의료 서비스와 관련된 상당수의 새로운 직업이 생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공지능(AI) 전문인력도 다수 필요해진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병의 확산 경로예측, 신약 개발에 AI가 활발히 활용되며 전문 인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바 있다. 링크트인은 지난해 ‘AI 전문가’를 2020년 가장 부상할 직업 1위로 꼽기도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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