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쓰나미’로 생존의 기로에 선 기업이 속출하는 와중에 거대노조가 ‘해고 금지’를 주장하고 나온 것은 내용과 시기 모두 부적절하다. 현행법으로도 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입증되고, 기업의 회피 노력이 선행될 때라야만 가능하다. 매출 감소 등 ‘단순 사유’로는 해고가 불가능하다. 여기서 법·제도적 경직성이 더 강화된다면 긴급한 구조조정이 원천 봉쇄돼 무더기 도산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쌍용자동차가 연초에 해고 노동자를 모두 복직시켰지만 경영위기 심화로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내 거대 노조들의 ‘철밥통 지키기’ 같은 모습은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무리한 ‘해고 금지’를 고집하기보다 ‘일시 해고’와 같은 유연한 조치를 통해 노사가 불황 극복에 합심하는 모습이다. 코로나 쇼크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디즈니월드가 최근 직원 4만3000명을 일시 해고키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통분담에 나서는 노동시장 유연성과 관행은 미국이 한국보다 낮은 실업률을 보이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노동시장 경직성은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지난해 세계 29위로 전년보다 11계단이나 추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유연안정성을 노동정책의 근간으로 채택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다. 고용유연성 확보가 일자리 지키기의 핵심이라는 조언이다. 초유의 위기에서도 회사와 국가경제가 어찌되든 소속 노조원만 지키면 된다는 조직이기주의를 고집한다면 공멸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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