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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인 초대형 IB의 핵심 업무로 꼽힌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개인투자자와 법인 등을 상대로 일정 기간 약정 금리를 보장하는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증권사는 어음 발행으로 유입된 자금을 기업 대출 및 채권 투자 등으로 운용한다. 사실상 은행의 여·수신(대출·예금) 기능을 증권사에 부여한 것이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발행어음이 ‘리스크(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로 실물경기가 악화되면서 발행어음 자금이 투입된 회사채, 단기채 등이 부실화해 손실을 낼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도 이달 초 발행어음 3사에 대해 운용 손실 확대에 따른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언급했다.
뚜껑을 열고 보니 발행어음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가파르게 늘었다. 초대형 IB들은 회사채는 물론 CP와 ABS 등 단기채 금리가 급등한 현 상황을 발행어음 운용 수익을 극대화할 적기로 판단했다. 한 대형 증권사 담당 임원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ABS 유통물 금리가 연 3% 중반까지 치솟으면서 발행어음 특판 금리를 평소보다 높은 연 2% 중반에 내놓아도 1%포인트가량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올해 발행어음 확대 목표를 늘려 잡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동안 발행어음 확대에 소극적이었던 NH증권도 이달 들어서만 발행어음 잔액을 3700억원 늘리는 등 공격적으로 태세를 전환했다.
발행어음 사업 기조가 ‘확대’로 바뀌자 각 사는 자금 모집을 위한 판촉 강화에 나섰다. 한투증권은 지난 13일부터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과 금융상품권 등록 고객이 발행어음에 투자하면 최대 연 3%와 10% 금리를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고액자산가를 겨냥한 연 2.4%짜리 특판상품도 내놓았다. KB증권은 지난달 기업고객 대상 2000억원 특판을 하루 만에 ‘완판’한 데 이어 발행어음 금리를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NH증권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증권 계좌를 개설한 고객이 발행어음 가입 시 연 4.5% 금리를 준다.
지난달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 통지)’ 등 유동성 이슈로 곤욕을 치른 초대형 IB가 발행어음을 통해 선제적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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