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전날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에 두산솔루스를 공개매각 방식으로 팔겠다는 내용을 포함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솔루스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설립한 사모펀드(PEF) 스카이레이크에 파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지난 10일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이날 두산솔루스 주가는 20.20% 떨어졌다. 하지만 공개매각이 진행되면 더 비싼 값에, 더 좋은 회사에 팔릴 것이라는 기대에 14일 두산솔루스 주가는 13.65% 오른 3만2050원에 마감했다.
지난주 스카이레이크에 회사를 매각하려고 할 때 지분 51%를 6000억원가량에 넘기는 방안이 거론됐다. 이 거래가 깨진 이유는 두산 측이 좀 더 높은 가격을 원했기 때문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 지분 61.52%를 9000억원 선에 매각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50% 더 얹어달라는 취지다.
두산솔루스는 전지박과 동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동박은 인쇄회로기판(PCB)의 도체 역할을 하는 소재이고, 전지박은 2차전지의 음극 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박으로 전기차용 배터리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서는 삼성·LG·SK 등 대기업이 인수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OLED 사업과 2차전지 사업을 하는 삼성SDI가 유럽 내 전지박 생산기지를 갖춘 두산솔루스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 SKC는 지난해 사모펀드 KKR에서 동박 사업을 하는 KCFT를 1조2000억원에 사들이는 등 인수합병(M&A)에 적극적이다. LG화학도 2차전지 회사로서 잠재 인수후보로 꼽히지만 적자 폭이 커 실제 인수전에 나설 여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고려아연도 잠재 인수후보로 꼽힌다.
재무적 투자자(FI)에도 군침이 도는 매물이다. MBK파트너스나 한앤컴퍼니 등 대형 사모펀드들은 지난해부터 수조원짜리 펀드를 조성해 놨지만 돈 쓸 곳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다. 위기 때 회사를 샀다가 경제가 좋아졌을 때 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에 팔면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스카이레이크와 같은 중견 사모펀드도 얼마든지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인수를 시도할 여지가 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다. 두산그룹이 두산솔루스를 급히 팔아야 하는 것은 두산중공업의 자금난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이달 말부터 6월 말 사이에 1조2000억원가량을 막아야 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채권단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자구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원하는 값을 받겠다며 배짱만 튕길 수 없는 처지”라며 “사려는 쪽도 이런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만큼 가격이 오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회계법인 M&A 담당자는 “전략적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신속하게 인수를 결정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빨리 파는것이 중요하다면 펀드 조성을 거의 마친 사모펀드가 사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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