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조치가 지속되면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12.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1709년 이래 311년만의 최악의 감소폭이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14일(현지시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봉쇄조치가 계속되면 올 2분기 실질 GDP가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 23일부터 시행 중인 이동제한 및 휴업 등 봉쇄조치가 3개월 가량 지속된 뒤 일부 완화된 조치가 3개월 간 적용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보고서는 올 2분기 실업자는 200만명에 달해 실업률은 전년 동기(3.9%) 대비 두 배 이상 높은 1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예산책임처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충격은 일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봉쇄조치가 해제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예산책임처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올해 GDP는 전년 대비 12.8%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1·2차 세계대전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하락폭을 훨씬 웃돈다. 예산책임처는 올해 GDP 감소규모가 1709년 이래 311년만에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내놓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5%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영국 정부가 코로나19 경기부양을 위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재정지원에 나서면서 2020~2021 회계연도 공공부문의 순차입 규모는 GDP의 14%인 2730억 파운드(약 41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예산책임처는 영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이번 회계연도에 100%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2018년 말 기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85.9%다.
예산책임처가 이번에 내놓은 전망은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속협상에 따른 시나리오는 배제한 것이다. 영국은 지난 1월 31일 EU에서 공식 탈퇴했지만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올해 말까지 잔류한다. 영국과 EU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전환기간을 두기로 했다. 이 기간 영국 정부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전환기간은 양측이 합의하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다. 6월 30일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영국 정부는 전환기간 내 FTA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EU와의 교역 감소 등으로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아무런 합의 없는 EU 탈퇴)에 버금가는 경제적 충격이 발생하게 된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에 더해 노딜 브렉시트까지 더해지면 영국 경제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보고서 예측은 단지 하나의 가능한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코로나19가 영국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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