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5일 오전 서초동 자택 인근 투표소에서 포착됐다.
윤 총장이 언론에 포착된 건 지난 2월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한 이후 2개월 여 만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전 9시20분께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짙은색 트레이닝복 바지에 회색 경량 패딩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일행 한 명과 함께 도착해 투표했다. 부인 김건희씨는 동행하지 않았다.
윤 총장은 투표소 내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에서 순서를 기다리다 신분 확인을 할 때만 마스크를 벗었다. 윤 총장은 투표를 마친 뒤 곧바로 돌아갔다.
임명직 고위공직자는 본인을 발탁해준 여당을 지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윤 총장은 여당으로부터 핍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윤 총장이 어느 정당에 투표했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윤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이후 여당으로부터 핍박을 받아왔다.
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을 자처하는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공수처가 설치되면 윤 총장 부부가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윤 총장을 지키겠다고 나선 것은 오히려 보수 야권이었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4·15 총선은 조국 대 윤석열의 대결구도"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들(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처음 하는 일은 조국 살리기와 윤석열 쳐내기일 것"이라며 "공수처를 이용해서 윤석열 총장부터 손보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데, 결국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이번 선거는 조국이 정치적 상징으로 소환되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조국을 살리고, 윤석열을 쳐내려는 쪽과 정권의 위선을 드러내고 윤석열을 지켜내자고 하는 쪽의 한판승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번 총선을 규정했다.
따라서 윤 총장이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을 지지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윤 총장이 자신을 임명해준 문재인 대통령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켰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내가 악역을 맡은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 신뢰로 검찰총장이 된 만큼 정권 비위를 원칙대로 수사해 깨끗하고 성공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주위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도록 신념을 다 바쳐 일하고 있는데 상황이 이렇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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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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