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생전 처음 듣는 용어가 일상에 자리 잡고, 거리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쓴 채 다니는, 재난영화의 한 장면 같은 풍경이 이젠 당연시되고 있습니다. 버스와 지하철도 반쯤은 비었고, 시장과 상가도 휴가철처럼 한산합니다. 각종 모임이 취소되기 일쑤고 급기야 집안에서만 머무는 일이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덜 주는 제일의 매너처럼 여겨지기까지 합니다. 갑갑한 마음에 창을 열면 4월이라 바깥은 봄이 절정이지만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모든 것이 멈춘 이 시기에 화가의 삶도 한 번 돌아보게 됩니다. 사실 대부분의 화가는 평소에도 이런 생활 패턴이라 큰 불편을 느끼지 않습니다. 일어나서 밥 먹고 그림 그리고 때가 되면 자고 다시 일어나고…. 자가격리와 별반 차이가 없는 나날이지요. 그런데도 이런 화가의 지루한 일상이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건, 그 결과물인 작품을 누군가가 봐준다는 기대 때문입니다. 작금의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게 멈추고 나니 마치 바다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섬 같은 기분이 듭니다. 벌써 여기저기서 전시 연기와 취소 이야기가 많이 들립니다. 늘 묵묵히 해오던 화가의 일상이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붓질에 힘이 빠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사람들의 왕래나 접촉으로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어려움에 어찌 비하겠습니까? 또 나라 전체가 허약해지는 것에도 비할 바가 아니지요. 새삼 한 번 스치든 오래된 인연이든 모든 사람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부디 이 어려운 시기 모두 슬기롭게 잘 넘기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이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고, 우리의 삶도 상처는 남겠지만 예전처럼 다시 회복될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순차적으로 모든 분야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입니다. 늘 그랬듯이 문화예술이 가장 늦겠지만 제자리로 회복만 된다고 해도 그저 감사하다고 여기겠습니다.
화가들은 자신이 걷고자 꽃길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사랑과 위로라는 이름으로 꽃길을 깔아줄 뿐이지요. 이번 일로 인해 걷는 이 하나 없는 꽃길은 정말 무의미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이 힘든 시기가 지나면 여러분들이 환하게 웃으며 걸을 수 있는 그 꽃길을 다시 열심히 만들겠습니다. 지루한 일상에 더는 불평하지 않고 붓질에 힘을 더해 부지런히 꽃을 심고 또 피워서 향기로운 꽃길을 꼭 만들어 놓겠습니다. 걸으시는 걸음걸음 그 꽃을 사뿐히 지르밟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러분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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