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브렉시트까지…세계 경제 '최악 시나리오' 현실화되나

입력 2020-04-17 05:55   수정 2020-04-1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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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올해 큰 폭의 마이너스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올 연말 노딜 브렉시트(아무런 합의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까지 현실화되면 유럽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딜 브렉시트는 교역량 급감을 가져와 세계 경제에도 막대한 경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IMF 총재 요청 거절한 英 정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6일(현지시간) 영국 공영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로 전례없는 사태에서 노딜 브렉시트까지 추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상태로도 힘든데 이를 더 힘들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올 연말까지로 예정된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영국과 EU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익을 위해 전환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렉시트는 올 연말까지 2단계로 진행된다. 영국은 1단계로 지난 1월31일을 기해 유럽연합(EU) 집행부와 산하기구에서 모두 탈퇴했다. 이른바 정치·외교적 브렉시트다. 2단계인 경제적 브렉시트는 올 연말 이뤄진다. 오는 12월31일까지 영국은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 잔류한다. 이 때까지 전환(준비)기간을 두기로 한 것이다. 전환기간 동안엔 지금처럼 역내 사람과 자본, 상품,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된다. 이 기간에 영국은 EU와 종전처럼 무관세 교역이 가능하고, EU 규제를 똑같이 적용받는다.

전환기간 동안 영국과 EU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미래협정을 체결한다는 계획이다. 전환기간은 양측이 합의하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오는 6월 30일까지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남은 기간 동안 EU와 FTA를 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FTA뿐 아니라 외교안보, 교통, 교육, 이민 정책 등 다른 협상 분야도 광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EU측 미셸 바르니에 협상 수석대표가 지난달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협상은 한 달 넘게 중단됐다. 영국과 EU는 당분간 화상회의로 브렉시트 후속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역협정을 놓고 양측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질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 EU는 영국이 유럽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선 브렉시트 이후에도 기존 EU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EU에 상품과 서비스를 수출하려면 EU 규제를 따르라는 뜻이다.

영국 정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에도 EU 규정을 준수하면 EU 단일시장에 잔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전환기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해 말엔 전환기간 연장을 EU에 요청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전환기간 내 FTA 협상에 실패하더라도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이날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요청에 대해 전환기간 연장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국측 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프로스트 브렉시트 수석보좌관은 “우리는 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EU가 요청한다고 해도 우리는 안 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딜, 올 하반기 세계경제 최대 변수

전환기간 내 FTA 체결 없이 영국이 EU 관세동맹과 단일시장에서 탈퇴하면 막대한 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관세 부담에 따른 무역 축소다.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 관세동맹을 탈퇴하면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아 교역하게 된다. 이 경우 영국은 EU산 물품을 수입할 때 WTO의 최혜국대우(MFN) 세율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영국에 수출할 때 지금까지는 무관세였지만 2021년 1월부터는 10%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전환기간 동안 영국과 EU가 FTA 체결에 실패하면 EU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남아 있으면 유럽 어느 지역에서 영국으로 수출하더라도 EU 역내 수출로 인정받는다. 관세를 부과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영국이 전환기간 동안 EU와 FTA를 타결하지 못하면 EU에서 영국으로 수출 시 관세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동유럽에 법인을 세워 공장을 보유한 한국 기업이 EU에서 생산한 제품을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앞서 IMF는 지난 14일 공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7.5%로 예상했다. 올해 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5%로 제시했다. 영국 예산책임처(OBR)는 같은 날 코로나19로 인한 봉쇄조치가 지속되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12.8%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1709년 이래 311년만에 최악의 감소폭이다.

IMF는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이 예상되는 올 하반기부터 세계 경제가 강하게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때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영국과 EU를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말 영국은행은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이 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도 타격을 입는 건 마찬가지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영국의 총수출 중 EU가 차지한 비중은 45.3%다. 총수입 중 EU 비중은 52.6%에 이른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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