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세 떨치는 학현학파...정책 바라만 보는 서강학파

입력 2020-04-30 12:13   수정 2020-04-30 12:15

'진보 경제학자의 요람'으로 통화하는 학현학파 출신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정책 라인을 접수하며 위세를 떨쳤다. 최근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 학현학파 출신인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를 임명하는 등 학현학파의 활동반경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반면 학현학파와 대척점에서 시장경제 담론을 주도한 서강학파 출신 인사들은 이 정권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학현학파, 통화정책 운용에도 참여
한국은행은 이달 21일 주 교수를 금통위원으로 임명했다. 한은이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것을 비롯해 한국의 통화·신용정책을 운용하는 기구다. 그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의장으로 활동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설계 과정에서도 적잖게 관여했다. 학현학파 출신이 금통위원 자리에 오른 것은 2002~2006년 금통위원으로 재직한 김태동 성균관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후 14년 만이다.

학현학파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을 접수했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종규 전 청와대 재정기획관과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소주성장 설계를 주도해 '소주성 3인방'으로 통했다. 이밖에 강신욱 통계청장, 장지상 산업연구원장, 원승연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도 학현학파 멤버다. 학현학파의 공직 참여는 올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9일 임명된 박복영 청와대 경제보좌관에 이어 금통위원에 임명된 주 교수가 그렇다.

학현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경제학부(옛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아호인 학현(學峴)에서 비롯했다. 변형윤 명예교수의 지도를 받은 서울대 경제학부 석·박사과정 제자들이 주축이다. 이들은 주로 소득불평등 축소와 분배에 초점을 두고 연구해왔고 공직에 참여해 정책으로 이어졌다. 이 정책에는 부의 분배와 재벌개혁 등 변 교수의 지론이 녹아들었다.

학현학파가 통화정책과 청와대 경제정책 라인에 포진하자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수정·보완 요구가 쏟아지는 경제정책의 유연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의 경제학부 교수는 "학현학파 출신 관료들이 이론적 깊이가 없는 정책을 강행하면서 일부 부작용이 나타났다"며 "이들이 스스로 설계한 정책을 폐기하기는커녕 어렵고 손질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책 일선서 물러난 서강학파

학현학파, 조순학파와 나란히 한국 경제학계의 3대 학파로 꼽히는 서강학파 출신도 이 정부 초기에 공직에 적잖게 참여했다. 서강학파는 서강대 교수 출신의 학자·관료들로 구성된 경제학파로 1970~1980년대 고도 성장기 정부 정책을 설계하며 경제 성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서강학파는 별다른 보직을 맡지 못하고 있다. 서강학파의 좌장격인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가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오른 것이 그나마 눈에 띈다. 임명 이후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표되는 소주성 정책에 속도 조절을 요구하며 현 정부 정책과 불협화음을 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8년 12월 국민경제자문회의를 떠난 직후 별다른 보직을 맡지 못했다.

서강학파는 대신 학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작년부터 소주성 토대가 되는 이론이 잘못된 통계 해석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하며 학현학파와 공방을 벌여왔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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