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 행사까지 취소…페이스북·구글 '코로나 장기전' 돌입

입력 2020-04-17 17:16   수정 2020-04-18 01:00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우선 재택근무와 출장금지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하고 있다. 매출 감소 등을 감안해 인력 채용과 투자 계획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제조업과 항공·호텔·레저·유통산업 등 전통 산업에 1차 충격을 가한 뒤 이제는 IT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자에까지 파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페이스북 “여름까지 재택근무”

17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페이스북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직원의 사무실 출근 계획을 늦출 것”이라며 “적어도 다음달 말까지는 직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장 근무가 필수인 하드웨어 기술자 등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에 당장 복귀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는 “다음달 말 이후에도 육아 등 어떤 이유로든 정상 출근이 어려운 직원들은 최소한 여름까지는 집에서 일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초 시작한 직원 출장금지 조치도 오는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각종 대규모 행사도 전면 취소한다. 저커버그는 “내년 6월까지 5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모두 취소한다”며 “이 중 일부는 온라인 가상 행사로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미국 새너제이에서 9월 열릴 예정이던 오큘러스 커넥트7 콘퍼런스 등이 취소된다.

애플, 휴가 규정 등 수정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근무 정상화 등을 놓고 임직원과 화상회의를 열었다. 쿡은 직원 감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애플도 코로나19 타격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재무상태가 건전한 만큼 단기적 조정보다는 장기 경영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쿡 CEO는 “직원들이 언제 사무실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현장 근무를 재개하더라도 한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앞서 대부분 직종에 대해 재택근무를 다음달 초까지 유지한다고 밝혔다. 소매점은 중국과 대만, 홍콩 등을 제외한 세계 450여 곳이 거의 다 문을 닫은 상태다. 애플은 최근 휴무 중인 소매 담당 직원 일부를 원격 고객서비스 지원 인력으로 돌렸다.

애플은 사내 휴가·근무일 관련 규정을 다시 짜기로 했다. 당분간 코로나19로 인한 병가나 휴업 등이 계속 발생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구글, 채용 미루고 투자 재검토

구글은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구글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을 이끄는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난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올해 채용을 연기하고 각 분야 마케팅과 투자를 재검토해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알렸다.

피차이 CEO는 서한에서 “데이터센터와 각종 기계설비 투자를 재검토할 것”이라며 “필수적이지 않은 마케팅과 출장 계획도 재고해 투자 속도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전략적 영역 일부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채용을 연기한다”고도 밝혔다. 구글은 작년 11만90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올해도 비슷한 규모로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확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올 들어 4000명을 채용했고 연내 1000명가량을 더 채용할 계획이다. 구글은 전체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계약직과 임시직 직원 대상 기술 교육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구글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극단적인 조치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구글이 그간 설비와 인력 확보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구글은 작년 235억달러의 투자 가운데 대부분을 데이터센터와 컴퓨터 서버 등에 썼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각 기업이 검색광고비를 삭감했고, 이에 따라 상당한 수익 타격을 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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