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조가 생산성 제고 앞장서는 기업은 무너지지 않는다

입력 2020-04-17 17:46   수정 2020-04-18 00:02

‘코로나19 쇼크’ 극복을 위해 노동조합이 앞장서 임금인상 자제 의사를 밝히거나 생산성 제고를 검토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해 주목된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자동차·금융업종 등의 노조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 이례적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어제 노조원들에게 배포한 소식지에서 “독일식 위기돌파 해법을 모델로 삼아 노·사·정이 일자리 지키기에 합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지목한 ‘독일식 위기돌파 모델’은 최근 독일 금속노조와 사용자단체가 체결한 ‘위기협약’을 말한다. 기업은 고용을 보장하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는 게 핵심이다. 또한 현대차 노조가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동시에 생산하는 ‘혼류생산’을 검토하고 나선 것도 관심을 모은다. 한쪽에선 일감이 없어 쉬고, 다른 쪽은 주문이 몰려 주말특근·밤샘작업을 하는 판인데도,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대부분 도입한 혼류생산이 노조 반대로 번번이 막혔던 것을 감안할 때 의미있는 변화로 볼 수 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도 각각 작년 7월과 9월부터 지루하게 이어온 2019년 임금협상을 지난 14일 마무리 지었다. 최근 35개 금융회사 노사가 특별연장근로·유연근무제 도입, 한시적 경영평가 유보 등에 합의한 것도 고용 유지와 생산성 제고를 위해 금융노조가 전향적으로 나선 게 배경이 됐다.

이런 움직임은 ‘미증유의 위기’ 속에 투쟁만 고집하다가는 일자리 사수는커녕 노사가 공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한계 업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는 판국에,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투쟁하기보다 현실적 대안 찾기에 나선 셈이다. 이참에 ‘검토’ 수준에 머물지 말고 노사 간 대타협으로 발전시켜 볼 만하다. 그것이 일자리도 지키고 회사도 살리는 최선책이다. 노조가 위기 극복을 위해 협력하고 생산성 제고에 앞장서는 기업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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