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숨 돌린 회사채시장…SK에너지·GS·풍산 투자수요 확보

입력 2020-04-17 18:02   수정 2020-04-17 18:06


≪이 기사는 04월17일(18:0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들이 연이어 회사채 투자수요를 확보하며 한껏 고조됐던 시장의 긴장감이 다소 진정됐다. SK에너지와 GS, 풍산 모두 모집금액 이상을 확보하며 숨을 돌렸다. 정부의 지원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들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제시하는 전략을 내놓자 움츠렸던 투자자들이 조금씩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가 3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이날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진행한 수요예측(사전 청약)에 총 9700억원의 매수주문이 몰렸다.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조성한 채권시장안정펀드 자금도 1300억원이 들어왔다. 만기별로는 2000억원을 모집한 3년물에 6000억원, 400억원을 모집한 5년물에 2400억원의 투자수요가 모였다. 10년물에도 모집액인 600억원의 두 배가 넘는 1300억원의 ‘사자’ 주문이 들어왔다.

같은 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GS도 2.5대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무난히 투자수요를 확보했다. 2000억원어치를 모집한 3년물에 5000억원의 매수주문이 들어왔다. 보험사,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한 가운데 채안펀드 운용사들도 1100억원어치 주문을 넣으며 힘을 보탰다.

이들 두 기업보다 신용도가 낮은 풍산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풍산이 3년물 500억원어치 발행을 위해 이날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840억원의 ‘사자’ 주문이 들어왔다. 채안펀드 지원 대상(AA-등급 이상 회사채)이 아님에도 기관들이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풍산의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여섯 번째인 ‘A’로 SK에너지(AA+)와 GS(AA)보다 3~4단계 낮다. 이달 들어 A급(신용등급 A-~A+) 회사채가 수요예측에서 ‘완판’된 것은 현대오트론(A)에 이어 두 번째다.

채안펀드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산은의 회사채 인수 프로그램이 가동되면서 냉각됐던 회사채시장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평소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서 채권 발행전략을 바꾼 것도 분위기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SK에너지는 이번 회사채 희망금리 최상단을 민간 채권평가사들의 시가평가보다 0.6~0.7%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풍산의 채권 희망금리도 시가평가 대비 0.7% 높았다.

다만 경색 분위기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꽤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여전히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적지 않아서다. 금리를 높게 제시하더라도 업황과 실적 전망이 어두운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특히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해선 이달 발행 결과를 충분히 지켜본 뒤 투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관들이 많다”며 “당분간은 실적과 재무구조에 따라 투자자들의 반응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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