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20일(10:4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이 2년 연속 그린본드 발행에 나선다. 친환경 사업에 힘을 싣는 과정에서 투자에 필요한 실탄을 적극적으로 조달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친환경 사업 비중 확대로 실적과 재무구조가 나빠지고 있어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오는 6월 초 5억달러(약 6100억원) 규모 그린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최근 다수의 외국계 증권사를 주관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발행 준비에 돌입했다. 조만간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기업설명회를 거친 후 수요예측(사전 청약)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린본드는 자금 사용목적이 친환경 사업 관련 투자로만 한정된 채권이다.
한전은 이번 그린본드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을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에도 같은 목적으로 해외 투자자들을 상대로 5억달러어치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와 소셜본드(사회문제 해결 목적)가 결합된 형태인 지속가능채권(2000억원)도 발행하는 등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련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급격히 악화됐던 해외 채권발행여건이 최근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고려하면 한전이 그린본드 수요를 모으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이달 들어 현대캐피탈아메리카, 산업은행, 신한은행 등이 해외 시장에서 채권 발행에 나서 넉넉한 수요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전히 신흥국 채권 투자심리가 가라앉아 있지만 신용도가 우량한 기업들은 평소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발행이 성사되는 분위기다. 한전의 글로벌 신용등급은 10개 투자적격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로 한국 정부와 같다.
다만 실적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도 친환경 투자를 늘리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전은 정부의 탈(脫) 원전·석탄 정책에 발맞춰 발전단가가 싼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 가동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 등 친환경 발전설비 비중을 확대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발전원가 상승에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익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사업전략이 실적이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전은 지난해 영업손실 1조2765억원을 내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친환경 투자재원 중 상당금액을 금융시장에서 빌리면서 차입 부담도 커졌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은 67조9000억원으로 2018년 말(61조원) 이후 1년 만에 7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지난해 10월 한전의 자체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떨어뜨렸다. 정부의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면 펀더멘털이 눈에 띄게 약해졌다는 의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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