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먹거리가 평년보다 더 빨리 식탁에 찾아왔다. 대형마트 과일코너엔 벌써 수박이 깔렸다. 식품업체들은 아이스크림, 비빔면 등 대표적인 여름 별미 신제품의 출시일을 앞당기고 있다.
유통·식품업계에서는 계절 마케팅 공식을 다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한여름 먹거리를 겨울과 봄에도 볼 수 있게 된 것은 춥지 않은 겨울과 짧아진 봄 때문이다. 지난달 전국 평균 기온은 7.9도로 기상청 관측 이후 두 번째로 따뜻했다. 이달 들어 낮 최고 기온도 평균 18도를 찍었다. 코로나19로 집에서 간식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이런 트렌드에 영향을 미쳤다.
4월에 마트에 깔린 수박
여름 대표과일 수박을 봄에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5일까지 수박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증가했다. 봄 수박이 인기를 얻자 이마트는 ‘여름 상품 얼리버드’ 행사 첫 상품으로 수박을 선정했다. 경남 함안, 충남 부여·논산 등의 수박 산지와 연계해 작년보다 40% 이상 늘린 10만 통을 준비했다.
이달 판매하는 수박의 당도는 제철로 꼽히는 6~7월과 비슷한 11~12브릭스다. 이마트는 ‘봄 수박은 맛이 없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일찍부터 준비했다. 계약재배 농가와 협업해 기르기 쉽지만 맛이 떨어지는 호박대목 대신 재배하기 어렵지만 당도가 높은 박대목을 키웠다.
겨울과 봄에 아이스크림을 찾는 소비자도 늘었다. 빙그레에 따르면 붕어싸만코, 빵또아 등의 올 1~4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도 매출이 1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마켓컬리는 올해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4개월여간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배(148%) 증가했다고 밝혔다. 마켓컬리 전체 상품 판매량 증가율(126%)보다 높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지난겨울부터 이어진 이상 고온현상으로 인해 홈디저트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며 “녹지 않게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콜드체인 배송 시스템이 발달한 것도 새벽배송 아이스크림 수요가 증가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빙과 제조사들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있다. 롯데푸드는 이날 글로벌 식품회사 델몬트와 협업해 ‘델몬트 샤인머스켓 청포도 아이스바’를 출시했다. 과일 아이스크림이 주는 청량감 때문에 7~8월에 잘 팔리는 제품이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출시 시기를 한 달 당겼다.
일찍 불어닥친 비빔면 돌풍
라면 제조사들은 대표적 여름 식품인 비빔면 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국물이 없는 비빔면은 겨울보다 여름에 더 잘 팔리는 제품이다.
오뚜기가 지난달 23일 새롭게 내놓은 진비빔면은 출시 한 달여 만에 누적 700만 개가 팔렸다. 태양초 고추장의 매운맛과 동남아시아 향신료인 타마린드를 넣은 제품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작년부터 출시 시기를 앞당겨 3월 말께 비빔면을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지난 8일 칼빔면 정식 출시를 앞두고 e커머스(전자상거래)업체 11번가와 협업해 예약판매를 했다.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준비한 5000세트가 6시간 만에 모두 팔렸다. 2차 판매한 2000세트도 1시간 만에 소진됐다.
비빔면 시장 1위 제품인 팔도 비빔면도 지난 2월 이색 상품을 내놨다. 팔도BB크림면이다. 매운맛을 중화해주는 크림을 넣은 제품이다. 삼양식품도 지난달 ‘불타는 고추비빔면’을 출시했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식이 줄고 집밥을 해먹는 소비자가 늘면서 봉지 비빔면이 평년보다 일찍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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