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구시는 최근 지역 국회의원들을 불러 코로나지원금에 필요한 예산을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현재 정부안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지원금 재원의 80%, 지자체가 20%를 부담한다. 소득 하위 70%만 준다고 치더라도 전국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액수가 총 1조9400억원이나 된다. 이미 코로나 대응에 많은 예산을 썼거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구 지역 현역인 김상훈 미래통합당 의원은 “코로나지원금은 국비로 줘야 한다는 대구시의 건의에 공감한다”며 “당에서 방안을 논의해볼 것”이라고 했다.
만약 정부가 지급대상을 기존 소득 하위 70%에서 전 국민으로 확대한다면 지자체 재정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 대구시의 경우 소득 하위 70% 지급에 필요한 예산 1179억원이 1361억원까지 늘어난다. 이 지역 현역인 추경호 통합당 의원은 “코로나지원금은 전액 국비로 하고, 지자체는 상하수도 요금 감면 등 역할을 따로 하는 게 맞다”고 했다.
이미 상당수 지자체에서 재정 악화를 이유로 따로 재정 분담분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거나 자체적으로 준비했던 지원금 정책 철회를 고려하고 있다. 이날 현장신청을 받아 모든 도민에게 10만원씩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경기도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코로나지원금 중 경기도 부담금만큼은 추가로 주지 않기로 했다. 당초 정부가 마련한 지자체 20% 부담을 강하게 반대하다 결국 백기를 든 부산시는 16개 구·군에 20% 분담을 떠넘기려다 기초단체장들이 발끈하자 이를 철회했다. 충청북도와 울산시는 재정 악화를 우려해 자체 긴급재난소득 지급 계획을 아예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
각 지자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국민이 받는 지원금이 달라지게 된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도 재난지원금 중복 수령에 대해 뚜렷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여문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관은 “지자체들이 재정부담을 이유로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을 재검토하거나 부담 비율에 대해 이의 제기를 하고 있는 만큼 각 지방재정 상황을 고려한 지방비 부담비율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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