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방통위 ‘패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네트워크 트래픽(망 사용량)과 관련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 운용, 증설, 이용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골자다. 앞서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의 국내 트래픽이 급증하자 넷플릭스에 망 사용료를 요구했다. 2018년 40만 명 정도였던 넷플릭스 국내 유료 이용자는 올해 200만 명을 돌파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는 더욱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두 기업 중재에 나섰지만 넷플릭스는 방통위의 중재안이 나오기도 전에 소송을 제기했다.
해외 인터넷 기업의 한국 정부 ‘패싱(배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 장애 사고 관련 현장 조사에 나섰지만 AWS는 자사 행사를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한국 소비자 외면한 구글
국내 동영상 유통시장을 장악한 구글도 한국 소비자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은 지난달 ‘코로나19 뉴스 섹션’을 신설했다.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 유포를 막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1차 대상 국가에서 한국은 제외됐다. 유튜브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나라는 미국, 일본,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브라질, 프랑스 등 일부에 그쳤다. 당시 한국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8000명이 넘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국내 유튜브에서는 코로나19 관련 가짜뉴스가 계속 퍼졌다. 인천지방경찰청은 지난달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0대 두 명을 입건했다. 유튜브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다.
국내 앱 장터 시장을 장악한 구글과 애플이 국내에서 개발한 코로나19 관련 앱을 삭제한 것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과 구글이 정부, 의료기관 등이 만든 앱만 노출하겠다는 지침을 내리면서다. 코로나닥터, 코맵 등 수십만 명이 쓰던 앱들의 유통이 막혔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나 애플은 미국에 확진자가 급증하고 나서야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나섰다”며 “매년 수천억원을 벌고 있는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할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구글이 앱 장터에서만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수익이 1조7998억원에 달한다. 유튜브 광고 수익 등까지 포함하면 2조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 인터넷기업의 이 같은 행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는 국내 인터넷기업들과 대조를 이룬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모바일 메인 화면에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두 기업의 지도 서비스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단어를 검색하면 전국의 선별 진료소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공적 마스크 판매처 정보도 제공한다. 코로나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위해 간편결제 서비스 수수료도 받지 않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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