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10대 학생이 부모와 공동명의로 강남구의 35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이에 대해 "기존에 할머니와 공동명의로 소유하고 있던 15억원 아파트를 매각해 자금을 조달했다"고 신고했다. 정부 합동 조사팀은 별다른 소득이 없는 10대 학생이 부모 등으로부터 편법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고 국세청에 알렸다.
21일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등 정부 합동 조사팀이 실거래 3차 관계기관 합동조사 및 집값담합 수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팀은 작년 11월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신고된 부동산 거래 1만6652건 중 이상거래 1694건을 추출하고 이중 1608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 이는 합동 조사팀의 3차 조사다.
앞서 조사팀은 지난해 8~10월 서울지역에서 신고된 주택거래 신고 내역에 대한 1·2차 조사를 벌인 바 있다. 1·2차 조사는 서울에만 국한됐다면 3차 조사는 서울 외 경기도 등 31개 투기과열지구 전역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조사가 완료된 1608건 중 친족 등의 편법증여가 의심되거나 법인자금을 유용한 탈세가 의심되는 거래 등 835건이 국세청에 통보돼 정밀 검증을 앞두고 있다. 이미 다른 용도의 법인 및 사업자 대출을 받아 주택 구입에 활용하는 등 대출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75건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새마을금고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에 통보됐다.
제조업을 하는 한 법인은 사업부지를 살 목적으로 기업자금 15억원을 대출받았으나 이 대출금을 마포구의 22억원짜리 법인 명의 주택 구입에 쓴 사실이 드러났다. 조사팀은 부동산 거래에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보이는 2건은 경찰에 통보하고 계약일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부동산실거래법을 위반한 거래 11건은 과태료 총 460만원을 부과했다.
조사팀은 이번 3차 조사에선 올 2월21일 출범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 소속 금융위, 국세청, 금감원 조사관을 투입해 더욱 세밀한 검증을 벌였다. 특히 법인의 이상거래를 집중 점검해 법인자금 유용 등 법인 관련 탈세 의심사례를 다수 발견할 수 있었다. 국세청에 통보된 835건 중 법인 관련 거래는 57건(6.8%)에 달했다.
한 부부의 경우 38억원짜리 강남구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그 부모가 대표로 있는 법인의 계좌에서 17억원이 지급된 사실이 포착됐다. 조사팀은 법인 자금을 유용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집값담합 행위에 대한 수사에서도 의심사례 총 364건 중 혐의가 드러난 166건에 대한 내사 결과, 조사팀은 총 11건을 적발해 정식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된 사례는 적극적으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한 아파트 주민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부동산 카페에 "XX부동산에 절대 물건 주지 맙시다…부동산에 5억 이상 내놓으세요"라는 글을 게시해 특정 공인중개사를 배제하면서 매물을 특정가격 이상으로 내놓도록 유도한 사실이 적발됐다. 다른 주민은 역시 인터넷 카페에 "부동산에 매물을 내놓을 때 신고가 대비 저층은 2000만원 이상, 고층은 5000만원 이상 내놓자"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영한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대응반 출범 이후 부동산 불법·이상거래 적발 능력이 매우 향상됐다"며 "대응반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부동산 관련 범죄행위 수사와 실거래 조사를 지속 실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법인의 주택 매수가 늘어나고 있어 법인의 법인세 탈루, 대출규정 위반 등 불법행위는 금융위와 국세청 등 관계기관 간 공조를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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