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황한 기재부, 할말 잃은 홍남기

입력 2020-04-22 22:24   수정 2020-04-22 22:47


당정이 전 국민 지급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발표에 기획재정부는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반대해 추경이 무산될 경우, 지원이 시급한 국민들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2일 "여야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안과 다르게 100%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할 경우 정부는 증액에 대한 동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라며 "동의하지 않을 경우 추경 자체가 무산되고 시급히 재난지원금을 지원받아야할 어려운 처지에 처한 국민의 70%도 지원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준 뒤 기부를 통한 자발적 반납을 유도하는 방식의 절충안에 정부가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여야가 고소득자 등의 자발적 기부가 가능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에 합의한다면 정부도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자발적 반납을 유도해 재정부담을 경감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경안에서 3조원가량의 증액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기존 여당의 100% 지급안과 달라진 게 없는 가운데 절충안을 마련했다는 발표가 당혹스럽다는 게 기재부의 분위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득 하위 70%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기존 당·정·청 합의안을 고수하면서, 국회에서 설득작업을 펼쳐온 바 있다. 그는 긴급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70% 지원 기준은 긴급성, 효율성, 형평성, 재정여력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많은 토론 끝에 결정한 사안인 만큼 기준이 국회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원안을 견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재정당국이 무조건 재정을 아끼자는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코로나19 파급 영향이 언제까지 어떻게 나타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앞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추가 재정 역할과 이에 따른 국채발행 여력 등도 조금이라도 더 축적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여당의 긴급재난지원금 100% 지급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2차 추경안은 긴급재난지원금이라 신속하게 지원할 수밖에 없는 성격이다"라며 "국회에서 4월 중에라도 심의를 마쳐 최대한 조속히 확정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시기에 많은 말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말을 아끼겠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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