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외국인 대상 입국제한 조치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오는 8월까지 EU 입국을 제한하려고 했지만 관광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르면 오는 6월께 입국제한 조치가 조기 해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티에리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2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타격을 받은 관광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유럽 특별정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브르통 위원은 이날 유럽의회 교통·관광위원회 의원들과의 화상회의에서 “관광산업은 코로나19로부터 타격을 가장 먼저 입었고, 회복도 가장 느릴 수 있다”며 “오는 9~10월께 유럽 정상들이 참여하는 관광 관련 특별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여름 휴가철이 시작되는 오는 6월로 앞당겨 개최될 수도 있다는 것이 EU의 설명이다.
브르통 위원은 코로나19가 유럽 관광산업에 매달 10억유로(약 1조3337억원) 가량을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관광산업 규모가 최대 70%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 관광산업은 전 세계 관광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3.2%를 차지하는 이탈리아의 피해가 가장 막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이탈리아 관광협회는 올 한 해 관광수입이 45억유로(6조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 수치는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 2월초에 추정한 금액이다. 중국인 입국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만 가정한 것이다. 지난달 초부터 유럽이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손실은 몇 배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 관광산업 부활의 핵심은 입국제한 해제 여부다. EU는 지난달 17일부터 외국인의 솅겐조약 가입국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당초 한 달로 예정됐던 입국제한 시한은 다음달 15일까지 연장됐다. 솅겐조약은 EU 27개 회원국 중 22개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4개국 등 총 26개국이 가입했다. EU 회원국 중 아일랜드는 가입을 거부했고,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루마니아 등은 조약에 서명은 했지만 가입은 보류된 상태다.
유럽 관광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 등 비(非)EU 회원국 국민들의 입국이 전면 금지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솅겐조약 가입국도 잇따라 내부 국경을 폐쇄하면서 역내 이동 역시 사실상 중단됐다.
당초 EU는 코로나19의 ‘제2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8월까지 입국제한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었다. EU 행정부인 집행위원회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이달 초 “올 여름에 바이러스가 어떻게 진화할지 예측할 수 없다”며 “당분간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지 말라”고 밝혔다.
하지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최근 한 포르투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제로 휴가를 좀더 다양하게 보낼 수 있는 현명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여름휴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여름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입국제한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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