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움츠린 부동산금융시장에서 펄펄나는 KB증권, 비결은?

입력 2020-04-22 17:05  


≪이 기사는 04월22일(10:2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에서 잇달아 거래를 따내며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 강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우량 프로젝트를 줄줄이 확보하고 있어서다. 경쟁사들이 정부 규제와 불안정한 시장상황에 움츠리자 그동안 선순위 위주의 자산 인수와 활발한 재판매(셀다운)를 통해 부동산금융 자산을 관리한 것이 프로젝트를 연이어 손에 쥘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최근 현대건설?인창개발 컨소시엄의 서울 가양동 CJ제일제당 공장부지 개발 관련 1조2000억원 규모 부동산 PF에 참여해 4000억원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최근 CJ제일제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물로 내놓은 해당 부지를 약 1조원에 사들여 오피스?문화?쇼핑 단지로 탈바꿈하는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상 사업비 규모는 3조3000억원 수준이다.

KB증권은 이 외에도 태영건설(1200억원) GS건설(870억원) 현대엔지니어링(490억원) 대우건설(350억원) 등 주요 건설사들의 부동산 PF에 연이어 참여해 투자금을 제공했다. 모두 선순위 대출이다. 최근 부동산 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금리가 크게 뛰면서 이 증권사가 부동산 PF 대출을 위해 부담한 자금 조달비용은 증가했다. 그럼에도 이들 건설사의 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한 데 힘입어 1.0%포인트 수준의 이자 마진을 얻고 있다.

최근 부동산 금융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움직임이란 평가다. 주요 증권사들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올 들어 부동산 금융사업을 확대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새 건전성 관리방안을 도입해 증권사들에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를 내년 7월까지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산정에 적용되는 부동산 PF 대출의 위험 가중치(신용위험액)를 12%에서 18%로 높이고 대출금액을 모두 순자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부동산 PF 규모를 늘릴수록 NCR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이 같은 규제 강화로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 최근 부동산 금융사업 규모를 키운 증권사들이 이전만큼 해당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위축된 여파도 만만치 않다. 전 세계 주요 자산가격이 하락하면서 주가연계증권(ELS)을 비롯해 증권사들이 대규모로 보유한 자체 헤지 파생결합증권의 기초자산 가치도 크게 떨어졌다. 이에 따른 마진콜(증거금 추가납입 통지)에 대응하기 위해 증권사들이 황급히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이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금리가 급등했다. 증권사들이 지급보증을 통해 신용도를 높여 발행한 부동산 PF ABCP 금리 역시 크게 치솟았고, 이로 인해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KB증권이 적극적으로 부동산 금융사업에 나서는 것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을 지키면서도 실적을 쌓을 만한 여력이 충분해서다. 이 증권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동산 PF 채무보증 규모는 약 1조8600억원으로 자기자본(4조6203억원)의 약 40% 수준이다. 최상위 신용도(AAA)인 주택보증도시공사(HUG) 관련 자산 6500억원이 포함됐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우발채무 규모는 더 작다는 평가다. 2016년 말 현대증권과 합병한 이후 선순위 중심으로 부동산 관련 자산을 인수해 적극적으로 재판매(셀다운)한 영향이 컸다. IB업계 관계자는 “강화된 규제 때문에 주요 증권사들이 이전만큼 부동산 PF에 힘을 싣지 못하다보니 KB증권의 여유있는 투자한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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