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도착 전 화재현장 뛰어든 카자흐스탄 일용직 'LG 의인상' 수상

입력 2020-04-22 13:48   수정 2020-04-2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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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소방관 도착 전에 먼저 불길에 뛰어든 카자흐스탄 출신 알리 씨(29·사진)가 'LG 의인상'을 받는다.

22일 LG복지재단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0시께 알리 씨는 강원 양양군 구교리에 위치한 자신이 거주하는 3층 원룸 건물의 2층에서 불이 나자 주민을 깨우러 갔다.

그는 불이 난 2층 방문을 수차례 두드리고 "불이야"라고 크게 외쳤지만 2층 주민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이에 건물 밖으로 나가 외벽에 설치된 가스 배관과 TV 유선줄을 잡고 불길이 거센 2층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로 연기와 불길로 가득 찬 방에 있던 알리 씨는 소방대원이 현장에 출동하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이 과정에서 목과 손 등에 2~3도 중증 화상을 입었다. 알리 씨의 대처로 건물 안에 있던 10여명의 주민들이 대피할 수 있었다.

알리 씨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님과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체류 기간을 넘어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알리 씨의 의인상 시상 취지에 대해 "자신의 안전과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을 살리는 게 먼저라는 알리 씨의 의로운 행동으로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알리 씨는 앞서 2017년 LG 의인상을 수상한 스리랑카 국적 니말 씨에 이어 두 번째 외국인 수상자가 됐다.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구광모 LG 대표는 취임 이후 LG 의인상 수상 범위를 우리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까지 확대했다. 현재까지 수상자는 총 121명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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