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 등에 40조 추가…비우량 회사채·CP 매입에 20조 투입

입력 2020-04-22 17:34   수정 2020-04-23 01:09

정부는 ‘100조원+α’ 규모로 짰던 기존 민생·금융안정 패키지에 40조원을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를 극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추가 대책의 방점은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들의 자금 숨통을 틔워주는 데 찍혀 있다. 우선 비우량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단기사채 매입에 나선다. 신용도가 낮아 채권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을 위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공급 규모도 5조원 늘리기로 했다.


산은이 SPV 설립해 채권 매입

정부는 22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제5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금융시장안정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저신용등급 회사채와 CP 등을 사주는 데 20조원을 투입한다. 그동안 정부는 1·2차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채권시장안정펀드(20조원), P-CBO(6조7000억원), 산업은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2조2000억원) 및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1조9000억원) 등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긴 역부족이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저신용 기업들이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은 열리지 않았다.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하게 된 배경이다.

채권 매입은 정책금융기관 등을 중심으로 특수목적기구(SPV)를 세워 진행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SPV와 관련한 실무는 산업은행이 맡는 게 가장 타당하다고 본다”며 “구체적인 매입 구조와 매입 범위 등은 유동성을 지원하는 한국은행과 함께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PV는 매입 재원 20조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은과 산은을 대상으로 채권을 발행할 전망이다. 정부는 SPV의 채권에 보증을 서준다. 한은과 산은의 자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은이 SPV에 직접 대출해주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영리기업에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4명 이상의 찬성으로 대출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한은법 80조가 직접 대출의 근거다. 일반 기업들의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데 한은의 돈이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중앙은행(Fed)도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매입기구를 만들었다”며 “이번 대책의 상당 부분은 미국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저신용등급 회사를 위한 P-CBO 지원도 11조7000억원으로 늘어난다. P-CBO는 신용도가 낮아 시장에서 소화될 수 없는 회사채를 대상으로 정부가 보증을 서서 채권 등급을 높여 유통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정부는 P-CBO 지원 규모를 5조원 늘리고 지원 시점도 앞당기기로 했다.

금융위는 비우량 회사채를 매입해주거나 P-CBO를 지원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의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자금 지원도 늘려

정부는 지금까지 소상공인 긴급자금 공급을 위해 12조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위한 특례보증에 5조5000억원 등을 배정했다. 코로나19로 직간접 피해를 겪고 있는 자영업자(연 매출 1억원 이하)를 위해 긴급자금 전액보증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개인들의 신용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2조원을 투입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지원 자금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추가 자금 마련의 필요성이 커졌다. 정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소상공인 등을 위한 자금 지원 규모를 22조5000억원에서 32조5000억원으로 늘린 이유다. 금융위는 기존 프로그램에 10조원을 고루 추가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금 수요를 고려해 꼭 필요한 소상공인에게 자금이 골고루 지원될 수 있도록 금리와 한도, 지원 조건 등을 재설계할 계획”이라며 “기존 지원과의 연계성을 감안해 구체적인 집행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증액된 10조원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금융위는 기존 12조원 규모로 진행했던 소상공인 긴급자금공급은 예비비를 투입해 별도로 4조4000억원을 늘리기로 했다.

박종서/김익환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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