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모의만 해도 처벌"…성범죄 예비·음모죄 신설키로

입력 2020-04-23 12:11   수정 2020-04-23 12:13

앞으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의 경우 구매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는다. 성범죄물 제작 범죄는 중대범죄로 인식해 공소시효를 폐지할 예정이다.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도 신설한다. 앞으론 합동강간·미성년자 강간 등 중대 성범죄를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처벌받게 된다.

정부는 2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관계부처 합동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심의·확정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과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법무부·국방부·행안부·여가부·방통위·경찰청 등 9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민관합동 TF(태스크포스) 논의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전반에 대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정부는 '처벌은 무겁게, 피해자 보호는 철저하게' 라는 원칙 아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 확립, 아동·청소년 보호 강화, 처벌·보호 사각지대 해소, 중대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확산 등 4대 과제 아래 관련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 "성범죄물 보는 것도 범죄"

정부는 우선 성범죄물을 찾아보는 행위도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에 힘써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행위에 대한 형량을 상향해 나가기로 했다. 소지죄 처벌 대상을 확대, 현재 소지한 것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범죄물은 아동·청소년 대상 성착취물이지만, 성인 대상 성범죄물도 함께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구매죄를 신설해 소지하지 않고 구매만 했더라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판매 행위에 대한 형량의 하한을 설정하는 등 처벌을 강화하고, SNS·인터넷 등을 통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광고해도 처벌하기로 했다.

성범죄물 제작 행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고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다는 지적이 있었던 만큼 앞으로는 중대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정형량을 상향하기로 했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차단을 위해 강간죄의 핵심인 폭행과 협박이 인정되지 않아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미성년자 의제강간죄 기준 연령이 기존 13세 미만에서 16세 미만으로 대폭 상향된다. 미국(16∼18세), 영국(16세), 독일(14세) 등 외국과 비교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가 적용되는 기준 연령이 낮아 미성년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있어온 데 따른 것이다.


또한 중대 성범죄 예비·음모죄를 신설, 합동강간이나 미성년자 강간도 중대범죄로 취급해 실제 범행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준비하거나 모의만 해도 예비·음모죄로 처벌하도록 한다.

아동·청소년을 유인해 길들여 성적 착취를 하는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 조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영상물이나 사진을 요구하고, 이후 유포 협박과 만남 요구 등의 일련의 단계를 처벌하기로 했다.

학교·어린이집 등 취업제한 대상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로 벌금형을 받은 사람을 추가해 이런 기관에는 취업할 수 없게 한다.

◆ 유죄 판결 전에도 범죄 수익 몰수…피해자 지원은 강화

범죄수익 환수도 강화한다.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는 '독립몰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검사가 기소 절차 없이 법원에 몰수나 추징 만을 별도로 청구하면, 법원이 이를 결정하는 제도다.

디지털 성범죄 관련 수사를 할 때 현재 마약 수사에 활용되고 있는 '잠입수사' 기법을 도입한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드러났듯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이 갈수록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수사관이 미성년자 등으로 위장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서 문제가 됐던 행정기관 내 사회복무요원의 개인정보 취급을 전면 금지하고, 복무 중 정보유출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다.

피해자 지원 대책은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24시간 원스톱 지원체계'를 가동해 언제라도 영상물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고 상담, 수사 지원, 2·3차 유포 추적 및 삭제 등을 상시 지원한다. 특히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24시간이 걸리는 삭제 절차를 단축, '선삭제, 후심의' 원칙을 도입해 보다 빠른 삭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피해자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필요한 경우 처리 기간을 기존 3개월 이내에서 3주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도 확대, 혐의가 중한 피의자는 수사단계서부터 신상을 적극 공개하기로 했다. 유죄가 확정된 범죄자의 경우 아동·청소년 강간범 등 성폭력범으로 한정되던 신상 공개 대상에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판매자도 추가하기로 했다.

아울러 인터넷 사업자의 책임도 강화, 발견 시 바로 삭제해야 할 성범죄물이 이전에는 불법촬영물로 국한돼 있었지만 이를 디지털 성범죄물 전반으로 확대한다. 또한 그동안 웹하드 사업자에게만 적용하던 성범죄물 삭제·필터링 등 기술적 조치 의무를 모든 인터넷 사업자로 확대하고, 위반 시 제재수단으로 '징벌적 과징금제'를 도입, 사업자의 성범죄물 유통방지 책임성을 높이고, 정보통신망법 상 불법정보 유통금지 의무를 해외사업자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역외적용 규정도 도입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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