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손실 막자"…삼성운용, 원유선물 ETF 편입종목 교체

입력 2020-04-23 17:33   수정 2020-04-24 11:06

유가 급등락에 원유 상장지수펀드(ETF)의 전액 손실 가능성이 대두되자 삼성자산운용이 편입 종목을 급히 바꿨다.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위험이 있는 6월 인도분 선물 비중을 대폭 줄이고 7~9월물로 투자 대상을 분산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22일에서 23일로 넘어가는 밤사이 ‘KODEX 원유선물’과 ‘KODEX 원유선물 인버스’의 편입 종목을 교체했다. 22일까지 KODEX 원유선물은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6월물을 79.2%,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원유 ETF인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일 펀드’(코드명 USO)를 20.8% 담고 있었다. 23일에는 이를 6월물(32.9%), 7월물(19.3%), 8월물(19.8%), 9월물(9.4%), USO(19.6%)로 다변화했다.

KODEX 원유선물은 만기가 가장 가까운 선물로 구성되는 기초지수의 변동률과 비슷하게 운용하는 ETF다. 그래서 지난 21일 5월물 만기를 앞두고 7~14일 5월물을 6월물로 교체했다. 불과 열흘 만에 다시 월물 교체(롤오버)에 나선 건 20달러대에서 거래되던 6월물마저 최근 10달러대로 급락해 ETF가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6월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해당 선물을 담은 ETF는 순자산 가치가 0이 돼 상장폐지 수순을 밟는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원래 따르던 기초지수와 다른 종목을 담게 되면서 괴리율과 추적 오차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릴 위험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KODEX 원유선물은 설정액이 3조1145억원(순자산총액 5988억원)인 국내 최대 원유 ETF다.

유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KODEX 원유선물 인버스도 같은 방식으로 운용 포지션을 변경했다. 전날 6월물 매도 포지션을 91.4%, 미국 원유 인버스 ETF인 SCO를 8.6% 비중으로 갖고 있던 것을 이날 6월물 매도(39.3%), 7월물 매도(25.1%), 8월물 매도(25.1%), 9월 매도(10.5%)로 바꿨다.

한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Enhanced’는 이달 초 롤오버하며 6월물 대신 12월물을 담았다. 최근월물과 차근월물 가격이 0.5% 이상 벌어지면 그해 12월물로 바로 건너뛰는 지수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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