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줄 경우 13조원 이상이 필요한데 이 중 3조~4조원은 국채를 발행해 충당해야 할 처지다. 이번 건이 아니어도 현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대로다. 2015년 이후 줄곧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를 약간 넘는 수준이던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38.1%로 뛰어올랐고, 올해는 1차 추가경정예산까지 감안했을 때 41.2%로 높아진다. 여기에 재난지원금용(用) 국채(3조~4조원)가 더해지면 41.3%로 높아지고 12조원가량으로 예상되는 3차 추경을 모두 국채로 충당하면 42%까지 치솟는다.
문제는 국가채무비율 계산에서 분모가 되는 GDP가 올해 3.4% 성장을 전제로 계산된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국제통화기금(IMF)이 예상한 올해 한국의 성장률(-1.2%)로 대체하면 분모가 크게 줄어 올해 국가채무비율이 44%에 달하게 된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국가채무비율 40% 선이 깨지는 것은 물론 1년 새 무려 6%포인트나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상시국인 만큼 국가채무비율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이 일본(220%) 미국(104%) 독일(70%) 등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09.2%)보다 훨씬 양호하다는 점도 든다.
하지만 2010년 국가부도를 낸 그리스도 1980년대 초에는 국가채무비율이 20%대였다. 1981년 집권한 사회당이 최저임금 인상, 공무원 증원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한 탓에 국가채무비율이 1984년 40.1%, 1993년 100.3%로 급등했고 지금은 170%대에 이른다. 재정건전성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늘어나는 국가채무 규모도 문제지만 지나치게 빠른 증가속도를 경계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대외신인도 악화도 거의 필연적이다. 국가채무비율 상승으로 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기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가계부채도 많아 이것까지 합한 전체 나랏빚 규모는 GDP의 236%로 미국(254%), 중국(257%)보다 별로 낫지도 않다.
지금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코로나 극복에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재정건전성이 위협받는데 상위 30%에까지 돈을 주기 위해 나랏빚을 늘리는 게 옳은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지원금 문제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분명히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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