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한국도 대기업에 40조원 지원하는데…일본은 고작 1000억엔" 지적

입력 2020-04-24 14:50   수정 2020-04-25 11:05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한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매출이 급감한 대기업에 수십조원 이상을 지원하는 반면 일본의 지원규모는 1000억엔(약 1조1500억원)에 불과해 고용파탄과 'V자 경제회복'의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대기업 위기로 대량실업 발생할 수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대기업도 경영위기에 직면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미국과 독일은 10조엔(약 115조원) 규모의 기금을 설립했고, 한국도 3조5000억엔(약 40조원) 규모의 지원을 결정했다"며 "일본도 대기업 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주요국 정부가 대기업 지원대책을 적극적으로 내놓은 이유는 대기업의 경영위기가 하청기업 파탄으로 이어져 대규모 실업사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대기업 대책이 불충분하면 코로나19를 수습한 이후 산업의 복원력이 떨어져 경기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 정부가 지난 15일 아메리칸항공 등 미국 3대 항공기업에 총 160억달러(약 20조원)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연계해 최대 4조달러 규모로 회사채를 매입하고 자금을 융자해주는 정책도 내놨다. 이 가운데 항공산업에만 500억달러를 융자할 계획이다.

항공업 이외에도 물류, 우주산업 등 국가 안전보장과 관련 있는 산업에 대출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Fed가 설립한 특별목적사업체(SPV)에 4000억달러 이상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독일은 코로나19의 피해를 입은 대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1000억유로(약 133조원) 규모의 경제안정화기금을 설립했다. 원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이번에는 항공회사 같이 대기업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안정화기금을 통해 정부는 10년 동안 대기업에 출자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르노 등 주가가 폭락한 주요기업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할 수 있다는 발언이 나왔다. 주가하락을 틈타 중국이 프랑스의 중요한 기업을 헐값에 인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항공과 자동차, 조선 등 7대 기간산업에 4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기업 자금확충까지 지원해야

일본 기업은 미국과 유럽기업에 비해 내부유보금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어 단기충격에는 버틸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일본 대기업도 자금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일본공수와 도요타자동차, 소니 등 일본 대기업이 일본 금융권에 요청한 추가 융자규모가 이미 4조엔에 달한다.

일본은 일본정책투자은행(DBJ) 등을 통해 6조엔 규모의 위기대응융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7일 확정한 코로나19 긴급경제대책에서 대기업 지원대책은 1000억엔 규모의 출자지원이 전부였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자금조달 지원과 동시에 우선주 매입 등 다양한 자본확충 수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정부가 7000억달러 규모의 불량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만들어 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은행의 우선주까지 매입한 사례가 효과적인 구제대책으로 평가된다. 지원을 받은 은행이 정해진 기간 동안 우선주를 상환하지 못하면 보통주로 전환해 정부가 경영개선을 촉구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일본도 미국의 TARP와 비슷한 기업 구제제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올 가을 이후에도 코로나19를 수습하지 못하면 기업의 단기유동성 뿐 아니라 자본금 부족에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납세자들에게 왜 세금으로 민간기업을 구제하는지 납득시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진단했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금융시스템 안정화를 위해 은행권에 13조엔을 투입한 적이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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